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냉철하게
글을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칠 때가 있습니다. 슬픔, 분노, 억울함 같은 강렬한 감정을 마구 쏟아내기만 하면 문장은 점점 초라해집니다. 마음은 뜨겁게 달아오르는데, 막상 써 내려간 글을 나중에 읽어보면 민망하기만 하지요.
과한 형용사와 느낌표로 가득한 글은 독자에게 공감이 아닌 피로감을 줍니다. 감정이 글을 잡아먹는 순간, 작가의 메시지는 희미해지고 맙니다. 어린 아이가 징징거리거나 화 내면서 떼를 쓰는 느낌만 듭니다.
감정이 넘치는 글은 독자를 밀어냅니다. 감정 과잉이 발생하는 이유는 작가가 사건의 한복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속상한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 독자에게 그 고통과 분함을 그대로 전이시키려 애쓰게 되는 거지요.
하지만 독자는 작가의 감정을 대신 배설해 주는 창구가 아닙니다. 작가가 글 안에서 펑펑 울고 있으면, 독자는 그 눈물을 닦아주다 지쳐 글 밖으로 도망치게 됩니다. 어떤 독자도 작가의 감정을 받아주기만 하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슬픈 장면일수록 담담하게 써야 하고, 화나는 장면일수록 차갑게 기술해야 합니다. 감정을 직접 단어로 내뱉는 것은 가장 쉬운 하책입니다. "나는 너무 슬펐다"라고 쓰는 대신, 슬픔이 묻어나는 상황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물론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는 이 조절이 쉽지 않겠지요. 이때 작가의 이성을 되찾아주고 글의 품격을 높여주는 처방전이 바로 3인칭 관찰 법칙입니다.
3인칭 관찰 법칙으로 카메라 렌즈를 뒤로 뺍니다. 3인칭 관찰 법칙은 마치 타인의 삶을 지켜보는 관찰자가 된 것처럼 나 자신을 묘사하는 방식입니다. 문장의 주어를 '나'에서 '그' 혹은 구체적인 지칭으로 바꿔보는 것이죠. 감정을 직접 서술하지 말고 오직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현상만을 카메라로 찍듯 기록합니다.
이별의 고통을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라고 쓰는 건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대신 3인칭으로 접근합니다. "그는 식어버린 커피잔을 만지작거렸다. 창밖을 보던 눈이 잠시 붉어졌으나 이내 고개를 숙였다."
어떻습니까? 작가가 슬프다고 소리치지 않아도 독자는 그 고요한 동작에서 더 깊은 슬픔을 읽어냅니다. 카메라 렌즈를 뒤로 빼서 전체를 조망하는 순간, 글에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여운이 생깁니다.
나 자신을 타인처럼 바라보는 과정은 작가에게 심리적 거리감을 선물합니다. 이 거리는 과열된 감정을 식히고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게 만들지요. 3인칭 관찰을 거치면 글은 객관성을 확보하게 되고, 독자는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얻습니다.
작가가 모든 감정을 다 설명하지 않을 때, 독자는 비로소 글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채워 넣기 시작합니다. 이 방식은 모든 종류의 글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사적인 경험을 보편적인 내용으로 승화시키는 장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쏟아붓는 것이 '배설'이라면, 3인칭으로 관찰하여 정제하는 것은 '창작'입니다. 차가운 시선으로 쓴 글이 오히려 독자 심장을 더 뜨겁게 울린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뜨거운 심장과 차가운 머리를 동시에 지녀야 합니다. 작가에게 풍부한 감수성은 축복이지만,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면 재앙이 됩니다. 글쓰기는 뜨거운 감정을 차가운 이성이라는 틀에 부어 굳히는 작업입니다.
감정이 넘쳐나 문장이 수렁에 빠진 것 같다면 지금 당장 주어를 바꾸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보길 바랍니다. 화가 나고 속상하고 분통 터질 때, 자기 감정을 마구 쏟아붓는 것도 일종의 치유가 됩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독자여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자신을 관찰하는 제3의 눈을 뜨는 순간, 글은 신음이 아닌 선율이 됩니다. 3인칭 관찰 법칙은 초보 작가의 진심을 우아하게 전달하는 필터가 되어줄 겁니다. 감정에 휘둘리는 초보 작가에서, 감정을 조율하는 능숙한 작가로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좋은 감정도 오래 듣고 있으면 지겹고, 나쁜 감정도 두 번 듣고 있으면 기 빨립니다. 독자는 작가의 감정을 가만히 지켜보길 바라지 않습니다. 독자는 작가가 느낀 감정을 직접 느껴 보길 바라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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