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휘발을 막는 최강의 아웃풋 전략
책을 읽으며 감탄했던 그 명료한 지식들,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대부분 사라진다. 나도 그랬다. 한때는 나는 왜 이렇게 기억력이 나쁜 걸까 스스로를 탓했던 적이 있다.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배운 것을 머릿속에 가두어 두기만 했던 습관, 그러니까 '입력만 하고 출력은 하지 않는' 방식이 문제였다.
독서를 '소비'로 끝내면 기억은 남지 않는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읽고 이해하는 행위는 뇌의 입력 회로만 자극한다. 그런데 입력된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려면 반드시 '인출'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쉽게 말해, 뇌는 정보를 받아들일 때가 아니라 꺼내 쓸 때 비로소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독서법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밑줄 긋고 메모하고 노트에 정리하는 데 공을 들였는데, 정작 일주일만 지나면 뭘 읽었는지도 가물가물했다.
그런데 읽은 내용을 강의하면서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혼자 품고 있을 때는 금방 흐릿해지던 지식이,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선명해지는 경험을 반복하게 되었다.
실천 방법은 간단하다. 책에서 얻은 핵심 통찰을 24시간 이내에 최소 3명에게 설명하는 거다. 이름하여 '3인 전파 원칙'이다. 나는 강의를 하는 사람이라 3명 이상에게 전할 기회가 많다. 강사가 아니라면, 주변 아무나 3명에게 전하기만 하면 된다.
중요한 건 '전달'이 아니라 '설명'이라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설명하려면 먼저 내 머릿속에서 그 내용을 구조화해야 한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시 가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뇌는 상당한 에너지를 쓰며 지식을 재구성하게 되고, 3명에게 반복해서 말하는 동안 그 정보는 잠재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는다.
처음엔 좀 어색하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갑자기 왜 이러냐 낯설게 보기도 한다. 그런데 한두 번 하다 보면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먼저 오늘은 뭐 읽었냐며 물어 보기도 한다. 무슨 일이든 처음엔 어색할 수 있다. 나와 내 삶을 위한 일이고, 타인에게도 도움 되는 일이다. 물러서지 말고 계속해야 한다.
초보 작가에게 최고의 공부는 가르치는 행위다. 10년 넘게 예비 작가들을 가르치면서 확인한 사실이 있다. 글을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차이는 문장력이 아니라 '설명력'에 있다는 사실.
3인 전파 원칙을 실천하는 초보 작가는 이미 설명하는 근육이 단련된 사람이다. 책에서 본 이론을 친구에게, 배우자에게, 동료에게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게 된다.
사람들이 어느 대목에서 눈을 반짝이는지, 어느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는지. 이건 그 자체로 훌륭한 콘텐츠 테스트다. 때로 내가 하는 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 사람도 있다. 그건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다. 더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더 공부를 해야 한다.
이렇게 3명에게 검증을 거친 지식은 블로그나 책을 쓸 때 훨씬 친절하고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나온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아직 내 것이 아니고,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만이 비로소 글이 될 자격을 얻는다.
구체적인 방법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 번째, 타겟팅 전파. 오늘 읽은 내용에 관심 있을 법한 지인 3명을 떠올린다. 편안하게 대화를 시작하면 된다. 거창할 필요 없다.
두 번째, 메신저 전파. 직접 만날 기회가 없다면 카톡이나 SNS를 활용한다. 단톡방에 오늘 배운 핵심 한 줄을 공유하고 그 이유를 짧게 덧붙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세 번째, 블로그 전파. 마지막 전파는 블로그 포스팅으로 마무리한다. 앞서 두 사람에게 말로 설명하며 다듬어진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식은 체계화된다.
마케팅에서 바이럴을 일으킬 때 초기 핵심 전파자를 활용하는 것처럼, 내 뇌 속에서도 지식의 바이럴을 일으키는 셈이다. 가르치는 글이 결국 잘 읽히는 글이다.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글은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글'이다. 3인 전파 원칙을 거친 글은 이미 독자의 눈높이에서 한 번 걸러진 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독성이 높아진다.
나누면 남고, 쌓아두면 사라진다. 나는 초보 작가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이 원칙의 위력을 수없이 확인했다. 읽기만 하는 사람과 읽고 나서 말하는 사람 사이에는 시간이 갈수록 메울 수 없는 격차가 생긴다. 독서모임 "천무"를 운영하고 있다. 매번 꾸준히 참여하는 사람들의 말과 글이 달라졌다.
책 100권을 읽고, 그 지혜를 300명에게 전파한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 과정이 끝날 때쯤이면 읽은 것이 온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 경험을 하게 될 터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 하나. 그걸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누가 쓴 어떤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어. 하나도 어렵지 않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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