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인 생각을 통찰로 바꾸는 수직 탐구
글을 다 쓰고 났는데 어딘지 모르게 얄팍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소리 같고, 무게감이 없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문제의 겉면만 건드렸기 때문에 생긴다. 생각의 뿌리까지 내려가지 않고 수면 위에서만 쓰면 글은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나도 글을 쓰기 시작한 초기에 이 문제로 꽤 고민했었다. 분명 좋은 소재 괜찮은 주제인 것 같은데 막상 써놓고 보면 밋밋하다. 원인을 찾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첫 번째 생각에서 멈췄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답에서 멈추면 글은 얄팍해진다. 글의 깊이가 부족한 진짜 원인은 사고의 태만이다. 우리는 어떤 소재를 마주할 때 뇌가 가장 먼저 내놓는 1차 답변에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왜 운동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건강해지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식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건 정답이지 통찰은 아니다.
첫 번째 떠오르는 생각은 대개 사회적으로 학습된 상식이다. 이 단계에서 멈추면 글은 정보 전달에 머문다. 작가의 개성과 깊이는 상식이라는 껍질을 깨고 안으로 더 파고들 때 비로소 드러난다. 그 방법은, "왜?"라고 다섯 번 묻는 거다.
'왜'를 다섯 번 물으면 생각의 바닥이 보인다. 이 법칙은 원래 토요타 자동차의 문제 해결 방식(5 Whys)에서 유래했다. 결함의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 '왜'를 다섯 번 반복하는 것처럼, 글쓰기에서도 하나의 현상을 두고 '왜'라는 질문을 꼬리에 꼬리를 물며 던지는 거다.
'메모'에 대해 쓴다고 해 보자.
왜 메모를 하는가? → 잊지 않기 위해서다.
왜 잊지 않으려 하는가? → 중요한 아이디어를 나중에 써먹기 위해서다.
왜 아이디어를 써먹으려 하는가? →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싶기 때문이다.
왜 성과에 집착하는가? → 내 존재가 세상에 증명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왜 증명받고 싶은가? → 사실 나는 잊혀지는 것이 두려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메모'라는 평범한 소재에서 시작했는데, 다섯 번의 질문을 거치니 '죽음과 망각에 대한 인간의 공포'라는 주제에 도달했다. "잊지 않기 위해서"라는 첫 번째 답으로 쓴 글과, "망각의 공포"를 주제로 쓴 글. 어떤 글에 더 깊은 울림이 있을지는 굳이 말할 필요 없을 것 같다.
질문이 깊어질수록 문장은 단단해진다. '왜'를 반복할수록 소재는 구체화되고, 감정은 본질에 가까워진다. 흥미로운 건, 1단계 답변은 누구나 비슷한데, 5단계 답변은 사람마다 전부 다르다는 점이다.
같은 '메모'라는 주제로 시작해도 누군가는 '불안'에 도달하고, 누군가는 '자유'에 도달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글의 독창성이 생긴다.
깊이 있는 글은 화려한 수식어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얼마나 집요하게 본질을 파고들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첫 번째 답이 나왔으면 거기서 멈추지 말고 한 번만이라도 더 '왜'를 물어야 한다. 한 번만 더. 그것만으로도 글의 결이 달라진다.
뿌리 깊은 글은 흔들리지 않는다. 독자는 작가가 얼마나 깊이 고민했는지 문장 사이에서 느낀다. 다섯 번의 질문을 거친 글은 논리가 단단하고 울림이 묵직하다. 뻔한 소재를 다루더라도, '왜'라는 질문으로 바닥까지 파고든 글은 읽는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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