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부르는 순간 강의실 온도가 달라진다
글쓰기/책쓰기 강의에서 수강생들은 자기 삶의 내밀한 이야기를 문장으로 꺼내 놓는다. 그런데 강사가 수강생을 그저 출석 번호나 이름 없는 청중으로 대하면 강의실 분위기는 차가워진다. 수강생이 정성껏 써온 원고를 보며 거기 맨 뒤에 계신 분, 초록색 옷 입으신 분 등으로 부르는 순간, 수강생은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강의 초기에는 이름을 다 외우는 게 쉽지 않았다. 수강생이 20명, 30명 넘어가면 얼굴과 이름이 뒤섞였다. 선생님이 제 이름 불러주셨을 때, 제 글을 진짜 읽고 계시는구나 느낌을 받았어요. 그 한마디를 듣고 나서 이름을 외우는 일을 강의 준비의 일부로 삼기 시작했다.
이름 부르지 않는 무관심한 태도는 수강생의 창작 의지를 꺾는 보이지 않는 벽이 된다. 자기 고유한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수강생은 글 속에서 솔직해지기를 주저한다. 강사와 수강생 사이에 인격적인 유대감이 형성되지 않으면, 첨삭과 코칭은 영혼 없는 기술 전수에 그친다.
이름을 기억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 강사에게 수강생은 자기 인생이 담긴 원고를 온전히 맡기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이름을 기억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정리해 본다.
첫째, 강의 전에 신청서를 보며 이름을 미리 익힌다. 단순히 명단을 훑어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신청서에 적힌 신청 사유와 이름을 연결 지어 기억하는 게 효과적이다. 퇴사 고민을 담으려는 이○○ 작가님, 이런 식으로 이름에 서사를 입히면 훨씬 기억에 잘 남는다. 강의실에 들어서기 전 수강생의 이름을 머릿속으로 한 번 더 불러보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둘째, 피드백을 줄 때 반드시 이름을 먼저 부른다. 작가님이라는 공통 호칭도 좋지만, 김○○ 작가님, 하고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때 효과가 배가된다.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강사의 시선이 오직 그 사람에게 머물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필명을 사용하는 수강생이라면 그 필명에 담긴 의미를 존중하며 정중하게 불러준다.
셋째, 이름과 글의 키워드를 함께 메모한다.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다. 쉬는 시간이나 강의 직후에 수강생 이름 옆에 특징적인 문체나 소재를 간략히 적어둔다. 다음 차수에 "지난번에 말씀하신 그 에피소드 말인데요" 하며 이름을 불러주면, 수강생은 강사가 자기 글을 진심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낀다. 2주 전에 쓴 에피소드를 기억해주는 강사와,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대하는 강사. 수강생의 신뢰도가 다르다.
이름을 부르면 달라진다. 글에 용기가 실린다. 강사가 내 이름을 알고 내 글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은 수강생에게 책임감과 애정을 동시에 준다. 존재 자체를 인정받았다는 충만함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상쇄한다. 이 감각이 수강생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권을 완주하게 만드는 동기가 된다.
심리적 유대감이 형성된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강의실의 경직된 공기가 풀리고 따뜻한 창작 공동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수강생은 강사를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으로 신뢰하게 된다. 이 유대감이 있으면 날카로운 첨삭도 달게 수용한다.
수강생이 자발적으로 강사를 알린다. 자기 이름을 기억해 준 강사에게 느끼는 고마움은 높은 만족도로 이어진다. "내 이름뿐 아니라 내 문장의 고민까지 기억해 주셨어" 수강생들이 주변에 이렇게 전할 때, 그건 어떤 마케팅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름을 기억하는 정성이 결국 강사의 값어치를 만든다는 뜻이다.
강의 기술보다 수강생의 이름을 불러주는 정성이 오래 기억된다. 수료한 지 몇 년이 지난 수강생이 연락해 올 때, 그들이 기억하는 건 내 강의 내용이 아니라 내가 자기 이름을 불러줬던 그 순간이었다. 이름을 기억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이 사람을 한 명의 작가로 귀하게 대하겠다는 마음이 먼저고, 메모와 반복은 그 마음을 뒷받침하는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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