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행복 온전히
새벽 4시에 일어났습니다. 창문을 통해 찬바람이 느껴졌습니다. 씻고 나서 책상을 펴고 앉으니 정신이 맑아졌습니다. 잠을 깨는 순간에는 눈도 떠지지 않고, 조금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10년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는데도 여전히 잠 깨는 순간은 힘이 듭니다. 샤워기를 틀어 머리를 적시고, 얼굴을 깨끗하게 씻은 다음 맥북 앞에 앉는 순간이 참으로 행복합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향합니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고 합니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걸어서 5분 걸립니다. 설 연휴 동안 사무실이 비어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일러를 끄지 않고 '외출'로 설정해두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온기가 몸을 감쌉니다. 아! 마음까지 포근해집니다. 이런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습니다.
아들과 함께 헬스클럽에 갑니다. 차에 둘만 탑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집에서는 별로 말이 없는 아들이 저와 둘이 있을 때면 미주알 고주알 수다를 떱니다. 아빠를 친구처럼 여기는 아들이 예쁘고 고맙습니다. 이제는 제법 '남자의 이야기'도 할 줄 압니다. 듬직하고 흐뭇합니다. 아들을 볼 때마다 행복합니다.
행복한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행복한 '순간'을 갈망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행복의 '조건'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때와 순간과 조건이 아닙니다. 그 때가 온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고, 모든 조건을 만족시킨다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행복은, 오늘 얼마나 자주 느끼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 명제가 거짓이라면, 우리는 영원히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인생에는 언제나 '문제'가 존재하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제 삶에서 가장 불행했던 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 참혹했던 세월 속에서도 순간순간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그 모든 순간의 행복을 제대로 느끼고 누릴 수 있었더라면, 저는 제 과거를 실패로 점철된 불행의 시간으로 정의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첫째, 행복한 순간을 찾아내야 합니다.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저절로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지나고 나서야 그때가 행복했구나 생각하며 후회하는 일이 많지요. 의도적으로 행복을 느껴야 합니다. 오늘, 나에게 오는 행복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둘째, 작정하고 행복을 느끼며 누려야 합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행복하다 말해야 하고요. 자녀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도 행복하다 느껴야 합니다. 문득, 내가 이렇게 건강하니 참 다행이다 싶을 때도 행복해야 하고, 잔소리하는 아내가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싶은 때에도 행복해야 합니다.
요즘 광고 중에 '아름다운 피부는 거저 오지 않는다'는 카피가 있지요.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저 오지 않습니다. 내가 찾아야 하고, 내가 느껴야 합니다. 이렇게 행복을 찾고 느끼다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나의 하루에, 행복이 생각보다 많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경상도 남자가 행복을 말한다는 것, 쉽지 않았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낯 간지럽고 민망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요. 팔 걷어붙이고 행복하겠다 작정하니까, 보이는 것마다 행복이고 들리는 것마다 행복입니다. 행복이라는 말을 자주 쓰면서 살아 보니까, 제 삶이 정말로 행복해졌습니다.
어제, 몇 번이나 행복했습니까? 몽땅 한 번 적어 보세요. 기억이 잘 나지 않지요? 당연합니다. 의식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오늘은 다르게 살아 봅시다. 오늘, 내가 몇 번이나 행복한가 진지하게 탐구해 보는 겁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일기장에 행복했던 일들을 적고 웃으면서 잠자리에 듭니다. 이런 하루가 며칠만 쌓이면, 글쎄요, 감히 그 변화를 짐작하기 힘드네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