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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Sep 04. 2023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왕이면 밝고 유쾌하게


"잠을 그렇게 적게 자고도 건강에 이상이 없나요? 믿고 따르는 사람 많습니다. 건강 좀 챙기세요."

하루 4시간 수면. 10년째다. 처음엔 힘들었다. 이젠 견딜 만하다. 아니, 적응해서 편안하다. 내 이야기를 들은 K가 염려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혹시라도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해주는 것이다. 감사하기 짝이 없다.


"전화를 드리려고 해도 너무 바쁘실 것 같아서 망설이게 됩니다. 안 그래도 바쁘신 분인데, 별 것 아닌 일로 신경 쓰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서요."

글을 쓰는 과정에서 궁금하거나 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했더니 Y는 이렇게 답한다. 그러니까, 내가 바쁠까 봐 귀찮게 하고 싶지 않다는 거다. 내 걱정 때문에 자신의 어려움까지 참고 넘어간다는 뜻이다.


"책을 그렇게 많이 읽으면 시력 괜찮나요? 나이 들면 눈이 점점 침침해질 텐데, 무슨 영양제라도 드시면서 책 보세요."

매일 책을 읽는다. 집중해서 읽을 때도 있고, 편하게 훑어 읽을 때도 많다. 당연히 눈에 무리가 있다. 아직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맑은 것도 아니다. 내 눈까지 걱정해주는 사람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다.


걱정이란 무엇일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다. 불이 나면 어쩌지? 사고 나면 어쩌지? 돈이 없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모두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일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혹여 일어날지도 모를 안 좋은 일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준비 갖추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걱정은 대비 또는 준비에 해당이 되는 태도인가.


걱정의 끝은 두 가지다.

"휴, 다행이다. 아무 일도 없어서."

"거 봐라. 내 그럴 줄 알았다."


문제 해결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이고,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면 그냥 일어난 거다. 걱정의 유무와 상관 없이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은 쓸모가 없다.


분명히 말하는데, 내 걱정을 해주는 수많은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나의 감사에는 티끌 만큼의 가식도 위선도 없다. 인생 전반전에 인연 맺었던 사람 싹 다 잃었다. 사람 귀한 줄 안다. 내 염려를 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그들이 나에 대해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은 충분히 알지만,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꼭 전하고 싶다.


걱정과 염려에는 에너지가 소모된다. 우리가 가진 에너지는 무조건 쓸모 있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해야 한다.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일에 힘과 정력을 낭비하면, 정작 써야 할 곳에 쓸 에너지가 없다. 그들이 내 걱정을 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하고 그들 스스로에게 필요한 힘을 내지 못한다면, 내 입장은 얼마나 난처한가.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유가 있다. 나는 하루에 4시간 잔다. 처음에는 무리가 컸다. 사람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세월이 10년이다. 사람이 한 가지 일을 10년 하면 도가 터진다. 나도 이제 요령이 생겼다. 4시간 동안 기절한다. 낮에 틈 생기면 30분씩 낮잠도 잔다. 병원에 자주 가서 검진 받는다. 아무 이상 없다고 한다.


바쁘게 일하며 산다. 하루에 처리하는 업무량이 엄청나다. 전화, 카톡, 메일, 문자 등 소통해야 할 사람도 많고 코칭할 일도 수두룩하다. 내 삶을 부러워하는 이들에게 딱 사흘만 나의 일상을 그대로 따라해 보라고 하면 거품 물고 물러날 거다. 그 정도로 바쁘다. 그런데, 그 바쁜 일상이 나는 좋다. 사랑한다. 일 없어서 공원 벤치에 앉아 소주 마신 날 많다. 인력시장에서 일거리 못 잡아 차마 집으로는 못 가고 동네 배회한 날도 수없다. 일 중독이라 불러도 좋고, 그게 무슨 행복이냐고 조롱해도 상관 없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


내 블로그를 찾는 이웃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걱정하지 마시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게 아니다. 우리 인생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와 고민과 사건과 사고에 걱정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은 거다. 도움은 안 되면서 에너지는 다 갉아먹는다.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걱정은 자신도 모르게 스물거리며 일어나 온 머리와 마음을 사로잡는 바이러스다. 따라서, 걱정하지 말아야겠다고 매 순간 다짐하고, 혹시 걱정이 생기면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뿌리쳐야 한다.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매 순간 표현하면서 살면, 오래지 않아 걱정하는 습관을 뿌리 뽑을 수 있다.


그럼에도 자꾸만 걱정과 근심이 마음 속에 자리 잡는다면, 그 때는 연습하고 훈련하고 일하는 게 최선이다.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건 연습량이 부족했다는 증거다. 자꾸만 염려가 된다는 건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신호다. 연습과 준비로 걱정을 없애야 하며, 연습과 준비가 도움 되지 않는 걱정이라면 자기 힘으로 통제 불가능한 일이라는 의미다. 아예 생각을 접어야 한다.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어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 시대는 걱정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시도 때도 없이 걱정하고, 그래서 사람들 표정이 우울하고 어둡고, 입만 떼면 한숨부터 나온다. 이러다가는 정말이지 우리들 걱정 때문에 햇볕이 가려지는 날 올까 두렵다. 환하게 웃으면 등 뒤에 아우라가 펼쳐진다. 이왕이면 밝게 사는 게 좋지 않겠는가.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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