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
https://youtube.com/shorts/mGRgJsFDqCU?si=TVQP1gihyj-JwJJk
https://youtu.be/ixwj33kRfsU?si=BO4IKIV_YT8aHUuo
엄마의 한 손엔 언제나 호미가 들려 있었다. 어린 자식들 뛰어놀 때 당신은 태양이 이글거리는 들녘에 나가 하루 종일 땀 흘리며 김을 매었다. 시부모 밑에 우체국 다니는 남편 뒷바라지하고 나면, 당신은 부뚜막에 홀로 앉아 누룽지로 겨우 끼니를 때우곤 했었다.
딸만 내리 넷을 낳고 아들을 얻은 당신, 행복을 누리나 싶었지만 남편마저 지병으로 멀리 떠나보내야 했을 때, 당신은 죄인 아닌 죄인이었다.
시부모의 냉대와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는 고난의 가시밭길 앞에서 당신이 몰래 훔치는 눈물을 어린 자식들은 알지 못했다. 시부모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집을 나와 기차를 탈 때도, 어린 자식들은 마냥 즐거웠다. 수녀님 품에 어린 자식들을 잠시 맡겨놓고 되돌아서는 당신의 고통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어느 눈 내리는 겨울, 당신 앞엔 불의의 교통사고라는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병실에서 눈을 떴을 때 한 팔이 없어진 당신은 비명을 지르며 절규했다. 초점 잃은 눈빛에 현실을 거부하며 식음을 전패했다.
수녀님이 찾아와 기운을 차리라고 어린 자식들은 어떡할 거냐고 호통을 쳤다. 당신의 초점 없는 눈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겨우 정신을 차린 당신은 하루빨리 병원을 나가기 위해 재활치료에 전념했다.
어느 날 꽃무늬 원피스를 차려입은 당신은 대문 안으로 선뜻 들어서지 못하고 망설였다.
“엄마!”
어린 자식이 당신을 발견하고 뛰어와 품에 안겼다. 한 팔이 없는 생경한 엄마를 보면서 칠 남매는 의연한 척했다. 자식 앞에서 꿋꿋이 버티는 당신을 보며 차마 그 누구도 떼쓰거나 울지 못했다.
당신은 무슨 일이든 하려고 시도했다. 행상에서부터 아동복 장사, 요구르트 장사까지. 하지만 당신을 보는 세상의 시선은 낯설고 냉정했다.
당신의 생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하는 일마다 안 되자 당신은 좌절했다. 비통한 심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들을 보내면서 당신은 밤마다 칠 남매를 끌어안고 한숨지었다.
당신은 자식 앞에선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비바람 앞에 놓인 작은 어선의 선장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배를 저어 끝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거센 파도와 싸우고 항구에 도착했을 때 당신은 이미 지쳐있었다.
홀로, 아무도 살지 않는 산속으로 들어간 당신은 다시 한 손에 호미를 들었다. 세월을 죽이며 산속에 파묻혀 농사를 지었다. 여명 속 어설픈 호미질에 어린 자식들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해가 지나면서 당신의 마음도 점점 단단해졌다. 의수를 하고 다니던 팔에, 의수를 하지 않고도 과감히 외출을 시도했다. 당신은 당신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은 장애우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나눔을 몸소 실천하며 거기에서 많은 기쁨을 느꼈다. 당신에게 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냥 불편한 것일 뿐, 마음까지 장애는 아니었던 것이다.
어느 해, 당신이 시각장애우들과 동남아 해외여행을 다녀온다고 했을 때, 자식들은 모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의 몸도 불편한데 어떡하나 싶어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모든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당신의 세심한 안내로 시각장애우들은 비록 앞은 안 보이지만 매우 만족한 여행을 하고 돌아왔던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그들이 다가오기 전에, 먼저 다가가서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었다. 당신은 비록 한 팔은 없지만 걸을 수 있음에 감사했고, 볼 수 있음에 깊이 감사했다. 바쁜 농사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그들을 찾아다니며 챙기기에 바빴다.
그들을 만날 때 당신의 얼굴은 늘 기쁨으로 차올랐다. 어둠을 몰아낸 자리에 빛이 가득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