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우산이 둥둥 떠다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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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단상
김미진
우산을 손에 든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신호등 앞에 서 있지 빗길에 차들은 속력을 줄이고 하나같이 슬로모션 간밤 불어난 강수량으로 서천내 주차장엔 물에 잠긴 차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경찰차 한 대가 긴급히 와 있고, 바리케이드가 처져있고, 주차금지 푯말이 덩그러니 걸려있지 지하차도가 침수로 통제되었다는 문자가 방금 전 도착하고 오후 퇴근 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교통 체증이 또렷이 그려지지 비를 유독 싫어하는 K는 집안에 하루치의 커튼을 치고 머무르며 TV나 독서 삼매경에 빠져들 테고, 옆집 새내기 주부는 생전 처음 김치전을 해 먹는다고 진땀을 빼고, 야간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나이 지긋한 가장은 뜨끈한 아랫목에 찌뿌둥한 몸을 지지며 곧 단잠에 빠져들겠지
그때, 화단을 화려하게 수놓은 분홍 여린 분꽃도 수줍게 잠이 들고 길가 어슬렁거리던 고양이도 구석진 곳에 누워 달큼한 쪽잠을 청하겠지
비 오는 날 잿빛 하늘엔 오색 우산이 둥둥 떠다니고, 그것은 크거나 작거나 화려하거나 빛바랬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