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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민 May 31. 2024

돈으로 다 되는 세상

예전에 웨딩 관련 일을 할 때 서울의 이름난 호텔들을 많이 가봤다. 당시 사회 초년생이기도 하였고 지방인이 서울 가서 뭔가를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혼자 들떠있었고 신났었을 때라, 모든 게 신기했을 때였다.


매주 주말마다 새로운 호텔들을 갔다. 가기 전부터 놀라운 것은 새벽 6시부터 시작되는 메이크업샵과 헤어샵이었다. 새벽 일찍 준비해야하는 신랑,신부 그외 양가 부모님들까지 그리고 도움을 주시는 촬영감독, 영상감독, 드레스 여사님까지 합쳐서 한두시간만 흘렀을 뿐인데도 한 군단을 이루는 팀이 몇십팀이 되었다. 느낀 점은 와 우리나라에 부자가 이렇게 많아 ? 결혼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아? 였다. 


내가 갔던 헤어&메이크업샵은 강남에서 유명한 곳이었고 하루에 메이크업인지 헤어인지 100만원을 왔다갔다하던 가격이었다. 정확하진 않겠지만 그 일대는 보통 그가격으로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주말 토일, 하루에 그것도 단 몇시간 사이에 이뤄지는 가격에다가 정말 날이 좋은 때이고 길일이라면 샵은 체감상 50명이 넘게 장사를 이루는, 공장 같다는 느낌을 가진 적도 있다.


하얀 드레스를 나란히 10명 이상 앉아있는 신부들과 똑같은 턱시도를 입고, 또 그 장면들을 촬영하기 위해 사진작가와 영상작가까지 이뤄진 걸 보면 때론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정말 많다.


 샵에서 모든 준비를 끝내고 호텔로 이동하면 또 한번 놀란다. 그 시간대에 맞춰 고객인 만큼 지배인님들께서 나와계시고 서둘러 대기실까지 이동한다. 식장은 호텔 이름에 걸맞게 호화롭다. 이 세상에 꽃이란 꽃은 이 식장에 다 갖다놨나 싶을 정도로 빽빽히 꽃들이 둘러쌓여있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일단 다 돈이다. 일하면서 듣기로는 꽃값만 몇천을 썼다고 듣기도 했으니까. 


드레스 역시 값비싸다. 식장 촬영 아닌 가봉촬영 때만 해도 몇벌에 500인가 1000을 웃돈다고도 하였고 연예인들 드레스 값만 찾아보아도 몇천은 기본이다. 그런 세상이 있다는 걸 처음 알기도 하였고 새롭고 놀라웠다. 처음 몇달은 호텔이란 호텔은 다 가보는구나 싶었지만,


이리저리 돈 얘기만 듣거나 눈으로 보이는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비싼 것들이, 비싼 곳들이 넘쳐나는 걸 보면서 때론 정말 매일이 꿈같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현실임에도 믿기지 않는 게 존재하는 건 이 때 다 배운듯하다. 그리고 익숙해지면 비싸다는 감이 오지 않기도 한다.


돈으로 다 되는 세상임을 단순히 일하면서 배웠다. 이게 전부가 아니겠지만, 전부로 보였다.

결혼하는 인원이 하루만 해도 샵 하나에서만 2~50팀이 이뤄져있고, 게다가 저정도 경제기반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촌스러워보일지라도 나에겐 너무 크게 다가왔던 순간들이다.


제일 큰 기억을 하나 꼽자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서 그것도 밤에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화려한 장식들로 이뤄진 최고층 빌딩에 있다가 지하철로 내려왔을 때는 그 차이가 너무나 확연히 느껴져 지하철로 걸어가는 길 역시도 꿈만 같았다. 내가 아까 전에 일하러 갔던 곳이 꿈인지, 걸어가고 있는 곳이 꿈인지 현실 분간이 안될 정도로 극명히 차이가 났고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 기억이 있다.


 나 역시도 돈이면 다되는 세상에 살기를 희망한다. 누구나 그렇듯 저 삶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있을 것이다. 똑같이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똑같을 수 없다. 현재를 보고 내가 가진 것을 만족하며 살라고 하지만 막상 현실을 보면 납득하기가 힘든 삶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으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어쩌겠나, 저런 삶도 있는 거고 받아들이고 사는 것이 현명하지 않겠냐고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맞다. 희망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고 나 역시도 저자리에 가고 싶었던 사실 역시도 인정한다.

남들이 1~2만원이 아까워 아끼는 삶이 있으면서도 천만원을 1~2만원 처럼 쓰는 삶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 어쩌면 필요에 의할 것이기도 하고, 비판하고자 한다면 끝없이 비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그냥 원하는 대로 살자이다.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처음 겪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니 편협한 시각으로 글을 적어내려갔지만 경험한 일들을 나누고 싶었다는 이유가 제일 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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