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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민 Jul 16. 2024

재미로 본 손금, 손바닥에 인생이.

미래가 불안하거나 현재에 뭘 해야 될지 모르면 난 사주를 찾곤 하였다. 1년에 한 번씩 생각나는 주기가 생기는 것은 일이 없을 때마다 생각이 났다. 일을 할 때는 그냥 일만 계속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들었어도 이렇게까지 불안한 적은 잘 없었다. 돈이 금융 치료라는 말이 붙은 것처럼 소박한 나의 월급은 나의 정신을 치료해 주는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일이 없다고 미래까지 흔들릴 정도라면.


얼마 전에 친구가 손금을 보고 왔다며 자신의 인생을 한 손바닥에 다 본 듯 설명해 주는 게 신기하였다. 나는 찾아가기는 어렵고, 인터넷으로 사진 촬영을 해서 보면 알려주는 손금 선생님에게 부탁을 드렸다. 일을 하고 있지 않은 자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정신승리를 할 수 있는 값이라면 적절한 값이었다. 그리고 불안해서 보는 사주이거나 손금이었기 때문에 나의 인생을 다 들여본다고 해서 연연해 하지 않는 편이었다. 단지 이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네 미래 괜찮으니까 그냥 너 믿고 가. 이 말을 듣고 합리화를 멋지게 해준 다음,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정도였고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편이었다. 그럼 불안한 마음도 잠시 안정이 되었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맞다. 겨우 남의 말에 정신이 오락가락한다면 그것도 제정신은 아니겠지. 하지만 책에 있는 짧은 글에도, 영화 한 편의 명대사에도 내 인생이 흔들릴 수가 있는 것처럼, 잠시 쉬어가는 동안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나약한 정신이라서 손금을 믿거나 사주를 믿는 거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개인의 자유이니, 넘어가도록. 

손금을 보면서 느낀 점은 신기하게도 과거는 잘 맞춘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소리이겠지만, 시기와 가지고 있는 병, 아픔, 일을 시작하는 것들과 성격까지 맞추는 걸 보면 관심 없던 사람도 한 번쯤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언제 일을 시작하고 어떤 곳이 아팠는지, 어떤 관련 업을 하고 있는지 맞추는데 어떤 사람이 홀라당 안 넘어가고 있을 수 있을까. 끼워 맞추는 거라기엔 너무 잘 맞췄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하지만 내가 봤던 손금은 그냥 다 신기하고 정말 내 손안에 인생이 다 있구나 싶어 잘 사는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정말 듣기 좋은 소리는 다행히 일복이 죽을 때까지 있으며, 돈복도 계속 있고 금전관리만 정말 잘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말이 제일 정신승리하기 좋았다. 이것 봐! 내가 듣기 좋은 소리만 한다고 했지,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듣기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하는 것이다. 진짜 듣기 좋은 소리를 듣다 보면 좋은 날이 되고, 좋은 한 달이 되어 인생이 잘 풀릴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하루 기분 좋은 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좋은 소리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처럼 들렸고 너무 나를 괴롭히지 말라는 말로 들렸다. 누군가의 설명이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내 성격과 비슷하게 적혀져 있는 글을 보면서 나를 또 한 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조바심 낼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천천히 가야지, 어차피 인생은 짧으면서도 길었고 해야 할 일은 내가 마음먹기에 이뤄지는 것이니까, 잘하기보다 잘 해내는 것으로 살아야겠다.





어느 산에 스님 한 분이 살았다.

들리는 바로는 아직까지 한 명도

그의 말문을 막히게 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어느 날 똑똑한 아이가

손에 작은 새 한 마리를 쥐고

스님에게 가서 물었다.


“스님 이 새가 죽은 건가요?

아니면 살아있는 건가요?”


그리고 생각했다.

“이 스님이 살았다고 하면 목졸라 죽여버리고

죽었다고 하면 날려보내야지

내가 드디어 이 스님을 이기는구나!”


스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얘야 그새의 생사는

네 손에 달렸지. 내 입에 달린 것이 아니란다.”


꼬마는 새를 날려보내며 말했다.

“스님은 어떻게 이토록 지혜로우신가요?”


그러자 스님이 대답했다.

“예전에는 정말 멍청한 아이였다.

그러나 매일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하다 보니

지혜가 생기기 시작하더구나.

너는 나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 같구나.”


그러나 아이는

슬픈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어제 어머니께서 점을 보셨는데

제 운명은 엉망이라고 했다는군요.”


스님은 잠깐 동안 침묵하더니

아이의 손을 당겨 잡았다.


“얘야, 네 손금을 좀 보여주렴~”

이것은 감정선, 이것은 사업선, 이것은 생명선.

자~ 이제는 주먹을 꼭 쥐어보렴.”


아이는 주먹을 꼭 쥐고 스님을 바라보았다.


“얘야, 네 감정선, 사업선, 생명선이 어디 있느냐?”

“바로 제 손안에 있지요.”

“그렇지, 바로 네 운명은 네 손안에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입에 달린 것이 아니란다.

다른 사람으로 인해 네 운명을 포기하지 말거라”


-성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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