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힘이 세다는 것을 믿고 싶습니다.
어제는 말할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난 날입니다. 교실에서 '세월호 참사'를 아이들에게 알려주면서 눈물을 삼키고 또 삼켰습니다. 설명하기 위해 보여준 영상에서 단원고 학생들은 끝까지를 서로를 붙들고 웃고 있었습니다. 어떤 아이가 묻더군요. 구조될 것을 믿었기에 웃을 수 있었던 거냐고. 다른 아이는 말합니다. 함께 있어서 힘을 내기 위해 웃은 것 같다고. 잘 모르겠다고 하였습니다. 차마 그들의 마음을 짐작하기조차 어렵기에 아이들에게 말해주는 것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주기가 다가오면서 저도 모르게 '벌써 10년이네.' 했다가 잠시 숨을 멈추었습니다. 어떻게 '벌써'라는 단어를 썼는지 무심하고 무감각한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습니다. 희생자분들의 가족이었다면, 아이들의 교사였다면 그 10년의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냈을까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텐데 말입니다. 그분들이 마주한 10년은 어땠을까요.
어떤 사람은 '아직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하냐고 합니다. 그만했으면 한다고 합니다. 남일이라 생각해서일까요. 그러나 세월의 무게가 슬픔과 아픔으로 더 무거워지기만 합니다. 시간이 쌓일수록 해소되지 않는 질문들이 늘어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시달립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기억의 힘을 믿으라고, 기억해야 한다고. 기억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무엇일까 하면서 또다시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누구는 기억함으로 안전한 사회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누구는 유사한 재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도 합니다. 아직 진행형인 세월호를 기억함으로 진상 규명을 하게 하기 위함일까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줄 때도 사실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나는 무슨 목적으로 이야기를 해준 것일까 하며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아직도 답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우리가 '벌써' 혹은 '아직도'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그날의 아픔을 잊는다는 것은 안전에 무감해지는 것이고 유가족들에게 자리는 더 이상 내어주지 않는 것이라고. 유가족의 상처를 보듬어줄 능력이 없고 과연 누가 무엇이 그들을 회복하게 도울 수 있을까 고개를 저으면서 기억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그들과 함께 한다는 약속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은 흘러갈 테지만 아픔의 줄지 않을 것입니다. 슬픔이 흐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함께 기억해 주고 들어주고 또 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큰 고통과 좌절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뱉어내고 또 뱉어내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 장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마음으로 함께 함으로 외롭게 서있게 하지는 않아야 함을 깨닫습니다. 그게 얼마큼 힘이 되어주고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패배감과 좌절감에 젖어 그분들의 손을 놓지는 않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고 또 기억함으로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