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인이론

문제 원인을 어디서 찾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성장

by 보름달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활동에 최선을 요구하고 미리미리 준비시키고 연습시키는 내게 아이들은 이미 적응했다. 여기저기 한숨소리 들리고 억울해하는 눈빛을 보낸다. 그럼에도 슬쩍 악마의 미소를 짓고 주어진 모든 것에 대한 성실함을 강조한다.

그러다 얼마 전, 아이들과 팝스 측정을 했다. 측정 삼 주 전부터 연습하고 기록하는 것을 숙제로 내주고 종종 중간점검을 했다. 폭풍 같은 잔소리와 제대로 연습 안하냐는 질타에 억지억지 아이들이 연습하는 것이 보였다. 물론 그중에는 진짜 열심히 연습한다고 우기나 결과는 처음 측정할 때와 다르지 않은 녀석들도 꽤 있어서 연습이 부족하니 마니 하면서 실랑이를 벌였다. 측정 결과가 나온 후 물었다. 연습한 만큼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 몇몇 아이들이 자기는 열심히 연습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했다. 문제의 원인을 본인으로 절대 생각하지 않는 모습에 고개 저으며 툭하고 던진다.


"있잖아, 몸은 정직해. 먹으면 먹은 만큼 살찌고, 운동하면 운동한 만큼 발달이 된단다. 선생님은 늙어서 세포가 죽어가는 마당이지만 그래도 운동하는 거랑 안 하는 거랑 달라. 난 타고난 몸치인데 그나마 노력해서 왕오달(왕복오래달리기)을 이 정도 하는 거야. 왜 인정을 못할까, 너희는 아직 어려서 세포가 생성되는 나이고 조금만 노력하면 몸이 휙휙 달라지는 것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억울함을 담아 나를 쳐다본다. 평소 문제의 원인을 어디서 찾는지 알게 하는 반응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떤 이들은 문제가 생기면 자기 안에서 원인을 찾지 않는다. 자기 노력이나 능력 탓보다 환경, 운, 다른 사람, 상황 탓을 한다. 깊은 한숨이 단전에서부터 올라온다. 외부귀인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늘 남탓하며 책임을 회피하다 보니 결국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 태도를, 생각을 깨뜨리고 싶은데 쉽지 않다. 조금 더 강하게 가다가는 아동학대로 몰리기 십상이다. 두렵기보다는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걸쳐 지도해도 변하지 않는 아이가 많음을 경험한 나는 갈팡질팡 한다. 어디까지 관여할지, 잔소리할지를 재본다.


외부귀인 성향을 지닌 아이들의 대답은 비슷하다.

"그게 아니라요...", "저는 최선을 다했는데요...",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제가 그런 게 아니라요..."

그 와중에 멋진 녀석을 보았다. 과학 준비물실 선생님께 따로 실험준비물을 부탁드리려고 아이를 심부름 보냈다. 과학실에 가보니 부탁했던 실험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심부름 갔던 아이는 사색이 되었다. 곧 그 선생님께로 달려 나갔다. 함께 오신 선생님께서 본인이 놓치신 거 같다고 사과를 하고 급하게 준비를 해주셨다. 괜한 장난기에 그 녀석에게 "에휴~전달을 어찌했기에" 했다. 순간 아이의 반응이 놀라웠다. "제가 잘못한 거죠."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반응에 순간 마음이 뭉클해지고 뜨거운 것이 솟아올랐다. 아이가, 겨우 5학년의 아이가, 그것도 요즘 아이가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그냥 다 수용한다고? 그게 가능하다고? 울컥하며 폭풍 칭찬하는 나를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리둥절하게 보았다. 얼마나 잘 클까 하는 기특함에 아이들에게 설명하였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보통은 외부에서 원인을 찾고, 남탓하기 잘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멋지지 않냐고. 상황 뻔히 다 보이고, 자기 잘못 아닌 거 알지만 포용하는 마음과 더불어 스스로에게 문제가 없었는지를 점검하는 모습은 어른에게서도 쉽게 찾을 수 없다고 감탄했다. 생각지도 못한 칭찬에 아이는 빨개진 얼굴에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내게 감사인사하였다.


내부귀인, 외부귀인 둘 다 장단점은 존재한다. 무엇 하나에 치우치기보다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먼저 스스로를 점검하고 돌아보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때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자 좀 더 노력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동시에 외부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넓게 살피면서 자존감을 유지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이.

그럼에도 아직 성장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문제를 맞닥트렸을 때 외부 탓을 하기 전에 자기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 약간 좌절하고 우울해질 수 있으나 문제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다 보면 부족한 부분을 만나게 되고 그를 이겨내고자 더 노력하다 보면 성장할 수 있다.

핑계 대는 아이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녀석을 만나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았다면 과장이겠지만 그럼에도 그 희망이 퍼져나갈 수 있음을 믿는다. 아직 변화의 여지가 많은 아이들이기에 기대한다, 어떻게 성장할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믿는 맛에 교사하는 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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