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가는 아이를 위하여
요즘 아이들은 말을 잘한다는 오해를 받는다. 미디어의 발달로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여러 가지 영상 자료를 보면서 자라기에 유행어에 민감하다. 어른이 하는 말들도 곧잘 따라 한다, 의미도 모르고. 약간은 되바라진 느낌마저 들 정도로 의사표현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하는 아이도 많아졌다. 어른을 어려워하지 않고 툭툭 말하는 아이도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아이들은 표현력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집에 가는 아이도 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떠들기는 하지만 수업시간 즉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말을 머금는다. 억지로 발표를 시키면 입을 벌리지 않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복화술 연습하냐고 놀리듯 말하지만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 질문을 하면 웅얼거리다 끝난다. 공식적이거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아이가 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 떠오르는 어휘가 부족해서 그런 것인지 매번 사용하는 단어는 물론 표현도 같다. 화가 나도 짜증이 나도 분노가 일어도 단 한마디로 퉁친다. "짜증 나."로. 진짜 화가 나면 "개 짜증 나." 혹은 "ㅈㄴ 짜증 나."가 끝이다. 감정이나 기분을 표현하는 단어가 얼마나 다양한지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교실에서 말하지 않는 아이가 있어도 교사가 그냥 둔다. 이유야 뻔하다. 그런 아이에게 관심이 없거나 억지로 발표시켜서 아동 학대라는 누명을 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지레 겁먹는 것인지 힘을 빼고 싶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지적당하거나 혼나는 것을 못 견디는 아이 그리고 그런 아이 역성을 드는 부모가 많아질수록 교사는 아이를 그냥 둔다. 그러니 발표를 많이 하는 아이는 정해져 있다. 말하지 않아도, 수업에 딴짓을 해도, 수업을 방해하지 않거나 다른 아이를 건들지 않는 아이는 방치된다. 안타깝다.
한편, 가정에서는 아이가 표현하기 전에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필요한 부분을 해결해 준다. 아이에 맞추어서 대화를 나누고, 한동안 유행했던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는 육아방법을 맹신하여 아이의 의사소통능력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하지 못한다. 아이를 위한 맞춤교육은 좋으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떻게 무엇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가 늘고 있다.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가는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쉴 새 없이 아이들을 발표시킨다. 돌아가며 지문 읽기를 비롯하여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하게 한다. 심지어 손을 들지 않아도 보이지 않은 손을 들었다고 우기면서(?) 발표를 시킨다. 정답은, 정확한 지식에 대한 발표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정보화시대에서 지식이나 정보를 찾는 것은 너무나 쉽다고 말하면서 틀려도 상관없다고 그냥 생각한 바를 이야기하라고 한다. 다만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에 끝을 흐리지 말라고 요구한다. 말하지 않으면 기다린다.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갔다가 다시 그 아이에게 질문이 돌아가는 구조로 수업에 참여시킨다.
어떤 말을 해도 용납되고 수용된다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아이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발표하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사실 이로 인해 그동안 발표를 하지 않고 살았던 아이들은 수업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한 마디도 안 하고 집에 가는 아이가 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버릴 수가 없다.
교실을 실수해도 괜찮은 안전한 곳으로 만들면 우리 아이들 모두 기회를 갖고 자기표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 일 년이라도 아이가 공식적인 말하기를 함으로 자신감을 조금이라도 얻고 누군가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음을 알게 하고 싶다. 내가 만나는 아이가 소외당하는 것이, 그림자처럼 조용히 있다가 가는 것이 안쓰럽다. 그것은 쑥스러움이 아님을 알기에, 학습된 무기력일 때가 많다는 것을 알기에 그 부분에 변화를 주고 싶다.
어느 누구나 자기 목소리를 내도 괜찮다고 말한다. 모든 아이들이 당당하고 자유롭게 말하는 교실을 꿈꾼다. 소외되는 아이 없이 모두가 참여하여 자기표현을 할 수 있길 기다리고 또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