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무엇을 보아야 할까
3월... 교사에게는 잔인한 달이다. 연초록 잎이 고개를 내밀었는지, 꽃이 기지개 켤 준비를 하는지 쳐다볼 여유조차 가질 수 없다. 새로 만난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면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태도를 가르치기 바쁘다. 서로 약간 긴장한 상태이며 익숙해지기 위해 삐거덕거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들과 호흡이 잘 맞아지기도 전에 공개수업을 해야 한다. 학기 초 공개수업은 아이의 담임을 궁금해하는 부모를 위한 배려인가. 아니면 교사의 교육관을 알릴 수 있는 총회를 열기 위한 포석인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항상 3월 학기 초에 있는 공개수업까지 교사는 숨 쉬는 것을 잊고 달린다.
어느 순간부터 공개 수업을 위해 따로 수업을 준비하지 않는다. 다만 평소 아이들과 하는 수업에 더 집중한다. 당연히 누구나 그렇듯이 교사 초년에는 수업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교사인 나를 어필하기 위해 수업을 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PPT부터 학습지까지, 보이는 수업을 준비했다. 떨리는 마음에 혼자 시연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공개수업은 교사보다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를 보러 오는 부모님을 위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 적어진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말하는 시간보다 모든 아이가 고루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수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발표하다 보면 시간이 후루룩 가서 내가 할 부분이 별로 없었다. 근데 그게 맞는 것일까. 공개수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무엇을 위한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어쨌든 보여주기식의 수업은 싫었다. 그렇다고 나만 돋보이는 수업도 싫고, 아이들 발표로만 채우는 수업도 평소의 수업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부모가 되어 보니 40분 내내 뒤에 서서 우리 아이 발표하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사실 쉽지 않았다. 교사의 수업을 관찰하면서 교사를 알기에 40분은 짧다. 결국 평소 수업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부모와 아이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림책 토론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과 부모님을 합하면 40명이 넘는 인원이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은 늘 설렌다. 아이가 평소 하는 활동을 직접 해보시더니 아이의 노고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부모님의 소감과 더불어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좋았다.
아직도 매 학기 초에 이루어지는 공개수업이 고민스럽다. 교사는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며 부모는 무엇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까. 교사 입장에서는 궁금하기도 하다, 공개 수업에 온 부모는 무엇을 보고 어떻게 판단할지. 짧지도 길지도 않은 40분이라는 시간에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또 보이는지 걱정된다. 그럼에도 옛날 사람처럼 아직도 난 진심은 통한다고 믿는다. 평소 아이들과 호흡을 같이 하는 것, 마음을 나누려고 애쓰는 것을 넓혀 그 시간에 난 부모님과도 호흡을 같이 하고 마음을 나누고자 한다. 모두에게 닿을 수 없을지라도 그렇게 마음으로 다가가고 싶다. 마음을 전하는 시간=공개수업으로 생각하면 더 무거워질 수 있지만 수업은 결국 호흡을 같이 하고 서로에게서 배우고 나누는 시간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