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진짜 파트너'가 되는 기회로 만드는 법
헤드헌터에게 '방심'은 가장 큰 적이다. 최근 뼈저리게 그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자신만만하게 추천했던 후보자가 입사 한 달 만에 갑자기 퇴사를 요청했다. 이유는 '건강 이슈'였다. 해당 포지션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만 진행하는 건이라 상대적으로 급여도 높았고, 업무 조건이 그렇게 가혹한 편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 후보자는 이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힘든 환경에서도 묵묵히 성과를 냈던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중도 이탈'이라는 변수를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 일은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에 나도 당혹스러웠지만, 고객사의 충격은 더 컸다.
담당자는 바로 나에게 "후보자 확인이 부족했던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지만 내가 답변할 수 있는 대답은 없었다.
올해에만 벌써 3번째 입사를 성사시킨, 나름대로 신뢰가 쌓였다고 생각한 고객사였다. 나 스스로에게도 핵심 고객사로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본사 측의 반응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들은 이번 퇴사를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아니라, 헤드헌터의 준비 부족과 검증 실패로 여기는 것 처럼 보였다.
회사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다. 마음이 많이 돌아선 게 느껴졌다. 변명하고 싶었다. "건강 문제는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지 않으냐"라고 항변하고 싶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담당자가 지는 것이다. 그래서 계약서에 있는 게런티 기간을 자세히 침착하게 설명드리고 다시한번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였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확실한 '수습'뿐이다. 퇴사 통보를 받은 즉시, 나는 모든 우선순위를 제쳐두고 대체 인력 소싱에 매달렸다.
그리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단 10일 만에 적합한 추가 후보자를 찾아내 입사 날짜까지 확정 지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고객사에게 단순히 이력서만 던진 것이 아니다. 이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 후보자의 건강 상태, 프로젝트 완주 의지, 유사 환경에서의 적응력 등을 집요할 정도로 검증해서 리포팅했다. 나의 이런 필사적인 노력이 닿았는지, 싸늘했던 고객사의 반응도 조금씩 누그러지는 것을 느낀다. 우선 바쁜 업무시간을 쪼개어 신속하게 면접을 진행해 주신 hiring manager에게 감사 드린다.
헤드헌터는 단순히 이력서를 전달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1회성 거래자가 아니다. 우리는 기업의 내부 사정을 직원보다 더 잘 이해하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는 장기적인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진정한 파트너십은 모든 게 순조로울 때가 아니라, 문제가 터졌을 때 증명된다.
사람을 다루는 일이기에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건 사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고를 대하는 대처 능력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회피하지 않는 태도
변명보다 대안을 먼저 제시하는 신속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철저한 검증
이 모습을 보여줄 때, 고객사는 "아, 이 사람은 문제가 생겨도 어떻게든 해결해 주는구나"라는 더 깊은 신뢰를 갖게 된다. 이번 사건이 오히려 고객사와의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기를, 전화위복(轉禍為福)이 되었기를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곤란을 겪고 있는 헤드헌터 동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위기는 곧 기회다.
평온할 때는 보이지 않던 나의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다. 고객사가 떠나갈까 봐 두려워하기보다, "이번 기회에 나의 책임감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자. 어쩌면 이번 사건 덕분에 나는 그 고객사에게 직원보다 더 든든한 파트너로 각인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