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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훈련병

by 중독작가

2006년 1월 5일.



춘천 102 보충대에서 3일간의 기본훈련을 마치고
우리는 각자 배정받은 부대를 향해 버스에 올랐다.

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고향과 멀지 않은

강원도 양구 2사단 노도부대로 배치받았다.

부대로 향하는 버스 의자는

3일간 쌓였던 피로와 긴장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등을 기대자마자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2사단 신병훈련소 앞.

문이 열리자마자 현실도 함께 열렸다.

조교들의 고함과 쏟아지는 지시.

아직 사회 물이 덜 빠진 우리는
말 그대로 혼란 그 자체였다.


"키 큰 훈련병!"
"키 작은 훈련병!"
"비만 훈련병!"


순식간에 분류가 시작됐다.

나는 잠이 떨 깬 상태에서 정신없는 분위기에 휩쓸려

어쩌다 보니 '비만 훈련병' 줄에 서 있었다.


(참고로 당시 나는 175cm, 58kg.
비만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바람 불면 날아갈 체형이었다.)


그렇게 나뉜 훈련병들은 각 생활관으로 배치됐다.
잠깐의 휴식 시간, 생활관 안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꽂혔다.


"여기 비만들 모아놓은 거 같은데
너는 왜 여기 있어?"


"정신이 없어서 줄을 잘못 섰어..."


그 순간 깨달았다.
사회에서도 군대에서도, 줄을 잘서야 된다는 것을.

한 소대를 책임지는 훈육분대장이 있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별다른 지시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수정되지 않은 오류처럼

훈련 마지막 날까지 '비만 소대' 소속으로 살게 되었다.

그리고 첫 식사 시간.

각 소대별로 배식을 받는데

비만 소대는 다이어트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일반 배식량의 절반만 받았다.

나 역시 아무 말 없이 절반을 받았다.


'지금이라도 말할까!? 줄 잘못 섰다고...'


하지만 분위기는
개인의 억울함 따위는 허용하지 않는 공기였다.

그때의 나는 이름도 아닌

'79번 훈련병'이었으니까.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주는 대로 먹는 존재.

모든 훈련이 끝난 뒤,

다른 훈련병들이 자유 시간을 가질 때

비만 훈련병들은 훈육분대장의 지휘 아래

생활관에서 추가 체력단련을 했다.

나는 비만이 아니었지만

가장 열심히 땀을 흘렸다.


'줄 한 번 잘못 섰다가 이게 무슨 고생이냐..
밥은 절반, 훈련은 두 배라니..'


어쩌면 그 생활관에서
내가 제일 마른 비만이었을 것이다.

신병훈련소의 첫날밤은 유난히 어둡고 길었다.

배는 고팠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군대에서는 체중보다

줄 서는 위치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