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든 순간
2000년 1월.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었다.
하루의 시작은 늘 동네 오락실이었다.
친구 서너 명이 모이면 그날의 일정은 자연스럽게,
아무 계획 없이 정해졌다.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게임을 하며 서로를 기다렸고,
그 시간 자체로 충분히 즐거웠다.
그중에서도 나는 <pump>를 가장 좋아했다.
노래 박자에 맞춰 발판을 밟는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어느 날 내가 친구들보다 조금 더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그 게임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동네에서 <pump>를 잘하는 아이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내가 플레이를 시작하면 언제나 등 뒤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그 시선들은 온전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내가 남들과는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증명하고 싶어서 더 많이 연습하고, 더 잘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를 움직였던 것은 재능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내 등 뒤에 머물던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이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처음 <pump>를 하던 날,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거나
나보다 훨씬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면
나는 그 게임에 그토록 깊이 빠져들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재능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크게 다른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차이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타인의 인정과 관심을 만났을 때,
흥미가 되고, 노력으로 이어지며, 결국 재능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 것 아닐까.
돌이켜보면 그 작은 오락실의 경험은
내 삶의 방향을 조용히 바꾸고 있었다.
단순한 게임이었던 <pump>는 리듬에 대한 감각을 키워주었고,
그 감각은 결국 음악이라는 길로 나를 이끌었다.
그렇게 나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되었다.
어쩌면 중학생 시절의 나는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인정과 관심을 끊임없이 갈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족에게서 충분히 받지 못했던 관심에 대한 결핍이
나를 움직이게 했고,
그 움직임이 반복되며 노력으로 쌓였고,
그 노력은 결국 재능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재능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조용히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