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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삼 Feb 03. 2019

19년이 되어서야 쓰는, 맥북프로 17년형 구매기

MACBOOK PRO 15INCH 2017 W. TOUCHBAR

2017년 12월 중순, 맥북프로 2017년형을 구매했다.

그러고선 19년이 되어서야 그 기록을 적기 시작한다. 게으르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다.


하나의 긴-글로는 완성하기 힘들 것 같다. 그랬다간 19년에 쓰겠다는 제목을 바꿔야 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글 쓰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문단 별로 다른 내용을 쓸 계획이다. 생각나는 대로, 손이 가는대로, 내 머리가 기억하는데로 적으려하니 부디 어이없어하지 말고 차분하게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요즘 글에서 자주 보이는, '두서 없음 주의 바람' 이다.




후천적앱등이

맥북프로를 구매하겠노라고 생각했던 것은 1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아이폰6를 사용하는 유저였다. 3년 가까이 내 손에서 닳아가던 아이폰의 운영체제가 iOS 11로 업데이트 되며, 못 보던 어플 하나가 바탕화면에 자리하고 있었다. 안드로이드에선 흔한 디렉토리 어플, [파일]이 공식적으로 추가되었다.

어플을 디자인한 사람조차, 내가 알록달록한 태그 색에 홀려 맥북을 구매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것 이다.

iCloud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용자라면 꽤나 반기겠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들은 바탕화면 마지막 페이지의 가장 끝 폴더로 보냈을 것이다. 삭제 할 순 없으니 적어도 보이지 말아달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나 역시 iCloud를 구독할 만큼 얼리어답터 혹은 앱등이가 아니었지만, 다른 것에 눈길이 갔다. 가지런하게 정렬되어 있는 태그, 빨강-주황-초록-파랑 이었다. 그리고 혼자 생각했다. '애플 기기간의 확장성이 굉장하겠구나' 작게 속삭인 생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큰 결심으로 커지게 되었다.


당시 나는 돈을 벌기 시작했다. 돈을 벌면 이전에는 생각조차 못 하던걸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방향은 맥북프로가 향했다. 처음엔 노트북 하나에 200만원이 넘는 것을 왜 구매하냐며 끌끌댔다. 그 돈을 아껴 다른 것에 쓸 생각을 못 한다며, 밤송이 같은 따가운 생각도 했다.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기로 유명한 한성컴퓨터의 노트북을 지게꾼 처럼 짊어지고 다니는 그 당시의 나에게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살인적인 무게를 견디려 백팩을 메었고, 무거운 발걸음마다 '가성비'를 외치며 5년 넘게 사용했다. 그랬으니, 그러 했으니까 다시 생각해봐도 돈이 무서운 게 맞다. 생각조차 못했던 맥북프로를 구매해야겠다고 결심했으니 말이다.

이 모든 건 확장성이 굉장하겠다는 단순하고 작은 생각에서 출발했다. 후천적 앱등이의 탄생의 순간이었다.




기다림, 또 기다림.

맥북프로를 구매하기 위해 월급을 살뜰히 아꼈다. 적금은 적금대로 넣으며, 생활비의 일정 수준을 따로 모아두었다.

많게는 30만원, 적게는 0원. 차곡차곡 모으며 기다렸다. 맞이 할 준비를.




선택지 마킹하기

1) 크기

 이전부터 15인치 노트북을 사용했다. 그래서 13인치의 화면을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특히 내 덩치에 13인치 노트북을 쪼그려 볼 수 없다.

 행여라도 맥북에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덩치와 맞지 않는 크기로 인해 감춰진다면, 안 된다. 안돼!

2) 라인업

 맥북-맥북에어-맥북프로. 지금에야 맥북에어가 날개가 달렸지만, 당시에는 맥북에어 라인을 없앤다는 루머가 많았다. 맥북과 맥북에어가 차별점이 없다나.

 여튼 디자인과 영상 제작, (소심하게)코딩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니 라인업도 정해졌다. 큰 고민 없이 프로로 결정했다.

 사실 처음부터 '맥북프로'를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 색상

 원래 애플의 메인 색상은 실버다. 알루미늄의 고결함을 사방으로 뿜어내며 메탈릭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컬러였다. 앱등이가 아닌 나조차도 그건 알고있다.

 하지만, 스페이스 그레이라는 색상이 등장하며 판도가 바뀌었다. 검정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겐 더 할 나위 없는 색상이었다. 나도 그 기류에 편승하고 싶었다.

4) 스펙

 맥북 프로라고 끝이 아니었다. 어떤 사양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였다. 후에 말하겠지만, 결론적으로 고급형을 구매했다.

 뭐, 구매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면 된다.

인생은 선택, 아니 마킹의 연속이라 했는가.



15년 vs 17년

당시 가장 큰 이슈였다. 16년 이후부터 맥북프로의 모든 포트가 사라지고, USB-C 단 4개만 남게 되었다. 또 터치바라는 새로운 UI가 등장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편을 나누어 논쟁했다. 어떤 이는 다양한 포트로 인한 확장성이야말로 'PRO'의 모습이라며, USB-C만 있는 것은 프로가 아니라고 했다. 나 또한 그 논쟁에서 자유롭진 못했다. 여러 커뮤니티에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렸다. 사람들은 각자의 논리로 나를 도와주려 했다. 15년형을 추천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동일했다.

  '디자인/영상작업이면 USB/외장하드/SD카드 때문에, 15년형으로 가는 거 추천드려요'


15년형을 새제품으로 구할 순 없었다. 중고 시장에는 많이 보였으나 크게 끌리진 않았다. 물론 16년 모델로 넘어가며 사라진 빛나는 사과 로고는 큰 아쉬움을 안겨준다. 몽롱하게 빛나는 사과를 스타벅스에서 여는 상상을 하였는데, 앞으로 그런 모습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많은 모델을 보며 비교했다. 머릿 속엔 온통 맥북프로 로만 가득찼다.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채워지니, 더 이상 무언가를 떠올리기 싫어지는 단계에 이르렀다. 아무런 생각을 하기 싫어지자 판단이 간결해졌다. 아래의 문장으로 정리되었다.


앞으로 나올 맥북프로는 USB-C만 있을 것 이다. 더불어 대부분의 노트북이 이를 따를 것이다.

어차피 젠더는 사야한다. 확장성이 좋다던 15년형 포트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왕이면 새로운 기술을 접해보자. 터치바를 선택하자!

첫 맥북프로, 중고의 묘한 깨름직, 신품예찬론자


결론이 났다. 맥북프로 2017년형 터치바 모델이다.
*16년과 17년 모델은 사양말곤 차이가 없었다. 고민할 겨를 도 없이 17년형을 선택했다. 아이폰6와 아이폰6S의 느낌이랄까.

매..맥북 만세!


어떻게 구입하지?

새 맥북을 구매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다섯가지만 추려본다면,


1. 애플 공홈 구매 : 가장 정직한 방법, 자신이 원하는대로 *CTO 가능.
2. 오픈마켓 구매 : 쿠폰등을 먹이면 10% 내외로 할인된 구매가 가능.
3. 매장 현장 구매 : 프리스비 등, 매장에서 구매하면 사은품을 받을 수 있으나, 가격적인 메리트는 적다.
4. AOC 할인으로 구매 : 대학생이라면 가장 추천하는 방법. CTO는 불가능하지만, 가장 할인률이 높다.
5. 중고시장의 미개봉 정품 : 가장 큰 할인률을 자랑한다. 현금으로 거래함에 따라 소득공제 혜택에서 제외되고, 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CTO : Configured to Order의 약자로 주문자가 선택한 옵션으로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키보드 각인, SSD 용량, CPU, VGA 등을 변경할 수 있다.


사실 이 방법들이 가장 대중적이다. 다섯가지가 다 인 것 같다. 나는 이 중 5번의 방법을 택했다. 중고시장에서 미개봉 정품을 구매 하는 것. 한 달 넘게 발품을 팔았다. 두 군데 카페에서 키워드 알람을 설정해놓고 내내 그것만 찾아보고 비교해보았다. 한 명의 거래자와 거래 약속을 했다. 당장 직거래가 불가능해, 한 달 뒤에 거래를 약속받았다. 무리해서 찾아가려는데, 갑작스럽게 잠수를 탔다. 울화가 치밀었다. '어떻게 내가 나왔는데, 아 꼭 사야하는데, 또 발품팔아야 하나' 급하게 찾아보던 중 또 다른 게시글을 발견했다. 내가 희망한 조건과 비슷했다. 오늘 지금, 바로 구매가 가능하냐 물었다. 내가 희망하는 대답은 한 가지 였고, 그것을 말해주길 바랬다. 원하는 말을 들었다. 곧 바로 직거래를 했다. 원래는 한글 각인 제품을 구매 예정이었지만, 살짝 바뀌어서 영문판 각인을 구매했다. 인터네셔널 버젼이다. 더 좋은 것을 샀다며 스스로 위로했다. 그렇게 나는 맥북프로 15인치 2017년형 터치바 고급형(인터네셔널)을 270만원 계좌이체를 통해 구매했다.
그렇게 큰 돈을 계좌이체 한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맥북프로를 만진 것 또한.


현재

사실 내 고민의 깊이는 상당했다. 글로 생각나는 것만 적어놓으니, 작성한 문단의 길이가 내가 한 고민의 깊이로 비춰질까 염려된다. 하지만 말로 형용 할 수 없이 고민하고 끙끙 앓았다는 것을 알아주었음 한다(나는 갖고 싶은게 있으면, 찾아보며 끙끙 앓곤한다). 오죽하면 '그냥 사지 말까' 싶기도 했다. 어떻게든 조금 더 합리적이고, 가격대비 훌륭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끙끙댔던 그간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외부를 보호한답시고, 케이스도 구매했다. 하지만 장착하다 기스가 날까봐 끼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노트북 파우치를 구매해서 가지고 다닌다. 전면 보호 필름도 붙였다. 굉장히 잘 붙였는데, 바닥은 열을 배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땠다. 이제 윗판과 다 떨어지려 하는 옆면만 남아있다. 액정 보호 필름은 따로 붙이지 않았다. 액정보호필름으로 인해 액정이 손상될 수 있다는 후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정교하고 정밀히 만들어져 보호필름의 두께 조차 키보드에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필름에 붙인 채로 보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는 글도 읽었다. 그래서 그랬다.
다양한 젠더를 호흡기마냥 달아놓고 쓰고 있다. 맥세이프의 역할을 대체할 마그네틱젠더도 구매했다. 만족스럽게 맥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여전히 적극적으로 활용치는 못하지만, 나를 깊게 고통스럽게 한 만큼, 나 또한 너를 오래 보고 오래 닿으려 한다. 닳고 닳도록 사용하면, 조금은 맥 유저다워 질 것 같다는 기대를 하며.



책상을 과하게 치웠지만, 저렇다.
1) 맥북의 호흡기, 젠더다. LAN Cable과 마우스 젠더를 연결할 목적이므로 저렴한 녀석으로 직구했다.
2) 샤오미 알루미늄 마우스패드, 맥북을 사용하려면 그에 걸맞는 패드가 필요하다나 뭐라나. 맥북 구매하기 3개월 전부터 구매해놨었다.
3) 샤오미 마우스, 무광으로 은은히 빛나는게 이쁘다. 통통한 햄스터 갖기도 하고
4) 엘라고 애플워치 스탠드, 이뻐서 샀다. 글로 올려서 소개 할 예정이다. 지금의 방향과는 달라서 오래 묵혀둔 리뷰글이 하나 있다.
5) 아마존에서 직구한 LED 스탠드, 무려 USB 포트 2개와 5단계로 밝기 조절이 가능하다. 가격에 비해 높은 만족도를 보여준다.
6) 발 받침대, 발을 올려놓고 앞뒤로 움직이면 달드락-달그락 한다. 시끄럽다.



번외

아무리 파일 어플을 통해 애플 기기간의 확장성이란 장점을 보았어도 300만원 가까이 되는 제품을 선뜻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 흔들리는 내 맘을 잡아준 문장이 있다. '좋은 디자인을 하려면, 좋은 제품을 쓰며 좋은 것을 보아야 한다. 은연 중에 너의 디자인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제대로 디자인을 시작하진 못 했지만, 지금도 저 문장을 신봉한다. 실제로 나의 대부분 소비는 저 문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언젠가 디자인을 할 사람으로서, 이쁜 제품을 사용하자. 이쁘고 좋은 제품을 통해, 때깔 고은 결과물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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