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사물이 갖는 관계에서 관찰할 수 있는 가장 명백한 특징은 각 사물이 서로 다른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사물은 각자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침범할 수 없다. 간단한 예시로 나무도막과 못은 서로를 관통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못을 나무도막 위에 올리고 망치로 때리는 경우와 같이 강제로 두 물체를 겹치고자 힘을 가한다면 나무도막의 조직이 끊어지고 밀려나가며 그 밀려나간 빈 공간을 못이 차지하게 된다. 같은 이유로 손은 책상을 통과해 지나가지 못하고, 컵의 손잡이를 잡으면 컵을 들어 올릴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사물이 공간을 차지한다"가 "힘이 공간을 차지한다"가 구분할 수 없는 상태, 즉 같은 의미이며 한 사물이 완벽하게 배타적인 공간을 차지할 수 없음을 보일 것이다.
사람이 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기력 때문이다. (전기력은 중력이나 자기력처럼 원거리에서 작용하는 힘이다.) 왜냐하면 물질의 대부분은 빈 공간이기 때문이다. 원자와 원자핵의 크기는 각각
atom: 10^-10m = 0.1nm
atomicnulceus: 8.3*10^-16m = 0.88fm
이고 이는 보통 축구장과 십원동전의 스케일로 비교된다. (전자의 크기는 없다고 본다) 원자핵의 크기를 십원의 크기로 확대한다면 원자 전체의 크기는 축구장보다 커진다는 말이다.
거리에 따른 전기력은 보통
로 주어지는데, (Q는 원천전하의 전하량, q는 시험전하의 전하량, r은 거리) 거리에 따른 힘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두 그래프는 같은 그래프이며 x, y축의 스케일을 달리 한 것이다. x축이 전하의 중심으로부터 거리, y축이 척력이다.
두 번째 그래프를 보면 전하의 중심으로 갈수록 급격하게 척력이 증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으며 마치 벽이 세워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서로 다른 물체가 사실상 서로 겹쳐질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이다. 반대로 말하면 충분히 강한 힘을 가한다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각 물체가 가진 고유한 공간으로 간주하는 영역보다 더 가깝게 접근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예시가 블랙홀이다. 어떤 질량을 가진 물체가 그 물체의 고유한 슈바르츠실트 반경, 흔히 말하는 사건의 지평선 보다 작은 크기로 압축되었을 때 강한 중력에 의해 물체의 크기는 0으로 수렴하게 된다. 즉, 힘의 원천인 무언가에 대한 크기는 말하기 어렵고 사실상 우리가 관찰하는 '크기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들'은 힘에 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원자핵의 크기'라는 개념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만하다. 원자핵의 크기를 측정할 때 인접한 두 원자핵의 거리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인접해 있다는 말은 어떤 두 힘이 평형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고 외력을 가하면 두 원자는 얼마든지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일상적으로 공간을 차지한다고 인지하는 것의 정체는 원거리에서 작용하는 힘에 의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