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단상

by 박슬기

2월, 눈과 얼음은 입자를 단단하게 붙잡고 격리시킨다.

3월, 기온이 영상을 넘으면 눈과 얼음은 응집력을 잃는다.

4월, 분자들은 얽히고, 반응하고, 폭발한다.


개강 4주차. 올해 벚꽃이 빨리 핀 것 같다. 벚꽃을 보면 본가에 있었던 벚꽃길이 생각난다. 낙동강변에, 높은 제방이 쌓여있고 그 위에 마사토로 다져져있는 벚꽃길이다. 매년 중간고사 즈음에 하여 벚꽃 축제를 했다. 해가 지고나면 노래가 나오고, 불꽃놀이도 한다.

고등학교 1학년일때 우리학교는 열람실에서 야간자율학습을 거의 반 강제적으로 했다. 1학년들은 공부하는 습관이 안 들었다며 열람실에 한번에 모아 두고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감독을 했다. 아무래도 전교생이 열람실에서 공부하다보니 필연적으로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인데, 마침 강변의 풍경이 보이는 자리였다. 하필 그때 불꽃놀이를 했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의 팔을 툭툭 치며 뒤쪽의 창문을 가르켰다. 한참 동안 불꽃놀이를 구경하다가 선생님한테 들켜서, 커튼을 치더라. 낭만 없는 어른이다.

어른이 보는 불꽃놀이와 아이가 보는 불꽃놀이는 다른가. 어른들은 수없이 많은 불꽃놀이를 보았을 것이고, 또 원한다면 언제든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처음으로 불꽃놀이를 보았을 것이다. 작은 점이 순식간에 공간을 채워나가는 순간, 반짝이는 입자가 추진력을 잃고 떨어지는 궤적, 파편이 눈 앞에 떨어질 것만 같던 착시. 이제 불꽃놀이는 더 이상 마법이 아니다. 처음 불꽃놀이를 보았을 때의 감상은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것일까. 이렇게 몇 번의 계절을 지나갈까. 감상은 날이 갈수록 무뎌지는 것일까.

우리는 결국 새로움을 찾아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아이의 경험처럼 즉각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런 수고로움은 가치가 있다. 겨울을 지나 처음으로 팔에 내리는 광선의 감각에서 어떤 악곡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늘 지나는 나무에 핀 꽃에서 열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밑동만 남은 보호수를 보고 나무 아래의 이야기를 경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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