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으로

11월 4일의 기록

by 무웉

2주일만에 다시 일과를 하게 되었다. 일과라고 해봤자 그저 의무실에 앉아서 약제 관리를 하고 이따금씩 오는 환자를 처치하거나 약을 적당히 선택해서 주는 업무였다. 그 밖에도 군의관님이 시키시는 일들을 하면 되는데 아무래도 병원이 아닏다보니 업무의 난이도는 매우 쉬웠다. 약을 선택할 때도 항생제나 스테로이드가 필요한 어려운 환자는 거의 오지 않으므로 그저 증상에 맞춘 약만 주면 됐다. 드레싱을 할 때도 가벼운 찰과상 정도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무균적인 처치에 그렇게까지 공을 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환자 응대는 내가 배웠던대로 최선을 다해서 한다고 해도 워낙 환자 자체가 적어서 업무가 많지 않다. 그래도 2주간 의무병으로서의 일을 하지 않다보니 해야 할 행정업무가 쌓여서 오전에는 내내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오후에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왔다. 역시 아이스아메리카노와 함께하는 오후는 왠지 조금 더 기운이 났다. 거의 아무도 오지 않는 의무실에서 일본어 모의고사를 한 회분 풀었다. 적당히 일과시간을 마치고 핸드폰을 사용할 시간이 되었다. 5시 30분부터 9시까지, 총 3시간 30분 사용할 수 있지만 식사시간과 샤워시간이 빠져나가 3시간이 살짝 안 된다. 사회에 있을 때도 핸드폰을 하루에 3시간 정도 사용했던 것 같으므로 지금도 결코 적게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주일간 핸드폰을 하루 종일 사용해왔는데 이제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니 핸드폰 사용 시간이 아쉬워졌다.

훈련소 때는 핸드폰은 커녕 제한되는 사항이 너무나도 많아서 작은 것 하나에도 행복해했다. PX에서 제로콜라와 커피를 사와서 마시는 게 큰 기쁨이었고 원래 주말에 1시간씩 쓰던 핸드폰을 1시간 15분 사용하게 해주었을 때에는 정말 기뻤다. 그런 최저한의 생활을 하다가 의무학교로 처음 갔을 때는 모든 것이 놀랄만큼 좋았다. 쾌적한 식당, 널찍한 방과 침대, 매일 사용하는 핸드폰까지. 그러나 사회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안경이 부러져 새로 맞추러 잠깐 나갔다 온 이후에는 바깥 세상에 대한 갈증이 더욱 심해졌다. 자대에 온 지금은 자유롭게 일주일에 한 번 외출할 수 있게 되었고, 식사 이동도 혼자 해도 되고, 심지어는 일과 자체도 의무학교에 비해서 훨씬 좋지만 나는 여전히 갈증을 느낀다. 휴가를 나가고 싶고, 핸드폰도 하루 종일 쓰고 싶다. 항상 내가 바라는 것은 현실보다 살짝 위에 있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계속 '2개만 더'를 외치는 헬스트레이너처럼. 그렇게 해서 근육이라도 붙으면 좋겠지만 행복을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나는 불행의 살이 붙는 것 같다. 인간은 불행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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