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Record

필름으로 기록하다

by 희붕
2024.01. 처음으로 필름으로 기록한 시간


2016년 4월 군대를 전역하고, 여행을 기록하고 싶어 소니의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매했다. 그렇게 시작된 사진이라는 취미는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2024년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사진을 남기는 일이 여행보다 우선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는 사진 자체를 돌아보기보다 라이트룸 앞에서 보정을 고민하는 나를 보며,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를 잊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여행을 기록하려는 초심을 간직하고 있었고, 다양한 방식으로 추억을 기록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생각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았다. 조금이나마 사진을 시작했던 본연의 목적인 '기록'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순수하게 내가 보는 것을 기록하는 사진 그게 필름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필름 카메라는 일회용 카메라 정도의 경험만 있었다. 토이 필름 카메라를 선물 받거나, 구매하거나, DIY 클래스에서 키트를 이용해 만들어보기도 했었지만, 그 결과물은 대부분 좋지 않았다. 가방 속에서 눌려 필름에 빛이 들어갔을까? 기대하던 사진 대신 빛으로 도화지를 만들어버린 망가진 사진들만 돌아왔다.


그렇게 나는 토이카메라를 넘어 조금 더 괜찮은 된 필름카메라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4년 1월, 드디어 나의 첫 필름 카메라를 구매했다.


필름카메라에 대해 정보를 찾아보며 알게 된 건 대부분의 필름카메라가 나보다 나이가 많고, 상태도 천차만별이라는 점이었다. 판매점에서는 클리닝과 기본테스트를 거친 제품들을 판매하지만, 구매지는 첫 롤을 2주 이내에 찍어야 한다는 '의무 아닌 의무'가 생긴다.


한겨울, 특별히 눈길을 끌 장면이 없어도 나는 이 테스트를 위해 36장의 필름을 채워야 했다. 이 첫 롤이 앞으로 나의 사진 생활과 기록을 어떻게 바꿀지 모른 채 말이다.




2024.10. 처음으로 펜을 들게 된 시간


처음 필름 카메라를 손에 쥔 지 9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많은 필름을 촬영하며 필름 사진은 나에게 더욱 익숙한 기록의 도구가 되었다. 한 장, 한 장 신중히 찍었다고 하기에는 거짓말이지만, 그때마다 마음속에서 '이건 기록하고 싶다.'는 감정이 떠오를 때 필름을 아끼지 않고 항상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도 어느새 1대에서 5대로 늘어났고, 사용해 보지 않은 영상용 필름 카메라도 생겼다. 거기에 사진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글을 그 변화를 따라 적어 내려가는 여정이다.


2024년 10월 20일 '강슬기 사진전'을 다녀온 이후로 나는 다시 한번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유를 떠올리게 되었다. 단순히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어야지'는 생각으로 구매했던 작은 카메라는 이제 '내 삶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기록하는 값진 도구로 변화해 있었다.


처음 생각 필름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생각과 마찬가지로 역시 기록을 가장 잘 담아내는 것은 올해 시작한 필름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즐거움을 되찾게 해 준 이 필름의 기록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나 자신에게는 사진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필름카메라, 필름과 엮인 나의 평범한 사진과 소소한 이야기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기록들을 조심스럽게 꺼내 놓는다.


강슬기 사진전을 보고 돌아가는 길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