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롤, 서툴러서 그래서 소중한

Konica C35 / Kodak Gold200

by 희붕
첫 번째 필름카메라 Konica C35

처음으로 구매하게 된 필름카메라는 Konica사의 C35였다. 필름카메라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상태에서 만나게 된 첫 번째 이중합치식 카메라였다. 이중합치란 뷰파인더에 보이는 두 개의 상을 하나로 합쳐 촬영하는 방식의 카메라였다. 택배로 카메라를 받고 집에서 가까이 있는 물건에 초점 잡는 연습을 하면서 적응할 때는 사진 찍으러 나가도 충분히 초점을 잘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는 필드에 나가서 발생했다. 촬영할 때 초점이 완벽하게 맞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가까웠을 때는 그나마 초점링을 돌리다 보면 초점이 맞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나, 무한대 초점에서 도로 건너편의 건물의 이중상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크게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초점이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여러 가지 요소에서 이게 문제인가? 저게 문제인가? 하는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안경을 쓰는 게 디지털에서도 뷰파인더를 보는데 마이너스 요소였는데, LCD 모니터가 없는 필름 카메라를 만나게 되면서 더욱더 큰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뭐가 문제인지 싶으면서도 이게 이중합치에선 당연한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에게는 비교할 다른 이중합치식 카메라는 존재하지 않았고, 가지고 있는 지식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단 최선을 다해서 첫 롤을 마무리하고 인화를 해봐야 확신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36장의 첫 롤을 채우는 건 오래 걸렸다.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찍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그런 식의 촬영을 해온 적도 없고, 작품을 촬영하는 작가의 마인드를 가지고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이 겨울에 촬영할 거리가 없어 출사를 나가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필름에 익숙해진 요즘엔 필름을 좀 아끼라는 이야기와 필름을 너무 디지털 같이 찍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당시엔 초점을 맞추는 게 어려웠고, 일상에서 촬영을 할만한 상황도 나오지 않았고, 가로로도 못 맞추는 초점인데 인스타그램의 영향으로 인해 디지털로 세로 형태의 사진을 촬영하던 버릇도 한몫했던 것 같다.



고영주택


일상에서 촬영할만한 상황이 나오지 않았었는데 형, 누나들이 김포에 있는 고영주택이라는 고양이카페에 같이 가자는 제안을 해주셔서 다녀올 수 있었다. 2주가 가까워져가고 있기도 했고, 실내에서 고양이를 촬영하는 경험은 여러모로 필름을 테스트하기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첫 롤 Kodak Gold 200



첫 필름은 Kodak사의 Gold 200으로 결정했다.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실내에서 노란색 톤을 만들어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특징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큰 단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으로 호불호가 조금은 있는 필름이다. 실내와는 다르게 태양이 있는 외부에서는 노란색 톤이 태양과 만나 다른 매력으로 작용해 장점이 부각되는 시너지를 볼 수 있다.


첫롤으로 촬영할 때는 필름이 가지는 특징은 전혀 모르고 그냥 가장 적당한 필름으로 생각해서 구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영주택


사진을 길다면 긴 시간을 하고 있다고 작성한 프롤로그가 우스울 정도로 결과물은 수평, 수직 구도에 한숨이 날만한 사진이 많았다.


스캔된 사진을 처음 받았을 때 3 분할 가이드가 없다고 이렇게까지 고장 날 일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구도만 문제면 다행인데 RF 카메라 특징상 뷰파인더로 보이는 상이 렌즈가 보고 있는 것과 똑같은 상이 아니기 때문에 손가락이 렌즈를 가리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그 현상을 그대로 재현했다. 처음 사진에서 카메라를 파지하고 있는 내 손을 보면 왼손의 검지가 렌즈에 걸릴 수밖에 없게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몇 번 같은 경험을 하고 나서 나만의 필름카메라 파지법이 생기기 시작했다.


빛이 부드럽게 떨어지는 역사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디지털에서 많이 찍던 세로 사진을 촬영하려는 버릇이 나와 세로 사진을 촬영하고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가로 사진을 한 장씩 더 찍은 경우가 많았다.


LCD화면의 도움 없이 뷰파인더로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가로 사진이 훨씬 안정적인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고영주택에서 모든 필름을 다 썼다면 좋았겠으나 당시에는 필름보단 디지털을 더 많이 촬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2주가 지나기 전에 필름을 현상하기 위해 충무로에 있는 고래사진관을 방문하는 겸 주변을 촬영해서 첫 롤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충무로

정말 많은 사진 오른쪽 구석에 손가락이 걸쳐서 나온다. 이 사진들이 RF카메라를 구매하는 경우 이 부분에 대해 적응하기 전까지는 정말로 신경을 많이 쓰는 게 중요하다고 보여주는 예시가 아닐까 생각된다.


고래사진관 앞 거리


당시에도 진짜 못 찍었네라고 생각하며 웃어넘긴 부족한 사진들이지만 서투르고, 부족하기 때문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이 결과물들이 내가 발전해 가는 모습을 담아 이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거니까.


취미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우리가 꼭 완벽한 사진을 찍어야 할까? 기술적으로 완벽한 사진이 더 보기 좋고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것만 의미가 있는 사진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무 취미라는 단어 뒤에 숨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본인을 채찍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시작한 사람들이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록하기를 바란다. 지나간 시간과 추억은 바래지지만 남겨진 사진만큼은 그때의 추억을 다시 꺼내줄 수 있는 열쇠가 되어줄 테니까.


나와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인생을 살아가길 바라며.



Photo By LeeYongsun(HeeBung)
1st Record
Konica C35
Kodak Gold 200
Fuji Scanner(고래사진관)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