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롤, 두 번째 카메라

Yashica GSN / Cinefilm 400D

by 희붕

이제 첫 필름을 촬영한 내가 두 번째, 세 번째 카메라가 생기는 일이 있었다. 친구의 초대를 받아 친구집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업무현장에서 두대의 필름카메라를 얻게 되었는데, 내가 필름사진을 시작한 것이 기억나서 나에게 주려고 불렀다는 것이었다. 카메라를 받아올 때 친구가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카메라는 사진을 찍어야 카메라인 거다. 장식장에 장식해 두면 먼지만 쌓인다.”


그렇게 생긴 두대의 필름카메라가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정상적인 모습으로 보여 충무로에 있는 '삼성사'로 들고 갔다.


사장님께서 상태를 보니 오버홀(Overhaul)까지 가지 않을 거라면 돈을 들이지 말고 그냥 촬영해도 사진 촬영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하셨다. 돈을 쓸 거라면 전반적으로 수리를 해서 가능한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다.


오버홀을 추천하는 게 상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고장이 났는지 안 났는지 모르는 상태였고, 만약에 고장이 났다면 고장 난 부분이 어디인지 확실하지도 않고, 게다가 촬영해보지도 않은 카메라를 들고 가서 확인해 달라고 불쑥 내밀었으니 돌이켜보면 사장님 입장에서 상당히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촬영하면 그래도 작동한다는 점을 알려주시고 수리를 결정하도록 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배려를 해주신 게 아닐까 생각된다.


수리비용이 적은 비용은 아니었지만, 두 카메라의 매장 판매가를 생각했을 때 두대 모두 수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으로는 적당하다고 생각했고, 필름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시기에 상태가 불안정한 카메라로 촬영하고 싶지 않아서 오버홀을 받았다.


두 번째 필름카메라 Yashica GSN

두대의 카메라 중 하나가 Yashica GSN이었다. 이 카메라가 가진 매력은 상당히 여러 부분이 있었는데


'가난한 자의 라이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결과물 퀄리티가 좋으며, 아웃포커싱과 노출 확보가 용이한 45mm F1.7의 렌즈를 장착하고 있고, Over(빨간불)와 Slow(노란불)의 표현을 통해 노출계 표현을 해주며, 촬영하기 쉬운 조리개 우선모드로 작동하면서 셔터 스피드는 무려 1/500을 지원한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C35와 같이 이중합치인데 뷰파인더의 크기가 달라서 인지 너무나 편하게 이중합치가 확인이 된다는 점이었다.


한 가지 가장 큰 단점이 있었는데 배터리를 제외하고도 750g이나 나가는 엄청난 무게를 자랑했다. 필름카메라는 가능하면 손목스트랩을 사용하는 나에게 너무나 크게 다가온 단점이었다.


두 번째 롤 Cinefilm 400D

나의 두 번째 필름은 중네스틸로 많이 불리고 있는 중국에서 제조된 필름이었다.

영화용 필름으로 유명한 시네스틸(Cinestill 800T/400D)과 같이 코닥의 영화용 필름에서 렘젯층을 제거하여 판매하는 필름이었다.


시네스틸 특유의 할레이션 감성을 가진 결과물을 비슷하게 얻을 수 있는데 가격은 롤당 만원 정도 차이가 있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단점으로는 필름 자체의 퀄리티 보장도 힘들뿐더러 현상소에서 결과물에 대해 우려하는 이야기도 직접 들었었다. 이미지 퀄리티가 중요한 순간을 기록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상적인 기록에는 한 번쯤 사용해 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2024년 2월 아직은 추운 겨울이었고, 첫번째 롤과 같이 특별하게 촬영할만한 이벤트가 없었다. 점검이 끝난 두 카메라의 테스트가 필요한 시간에 여행을 다녀왔던 친구들과의 신년 모임이 생겼다. 저녁 모임을 가기 전에 서촌 골목길 로케이션을 탐방해 보기로 했다.

서촌 골목길

맨 처음 스캔본을 받았을 때 Daylight 필름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따스한 색감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사진들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이후에 서촌 골목길을 다시 방문할 때 사진이 목적이 아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날 특별한 스팟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한국 골목길의 특징을 담고 있는 사진을 기록할 수 있었다.


교토 포토트래블 친구들

저녁에 모인 친구들은 여행에서 만났던 친구들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금지되었던 여행이 다시 열리는 시기에 ‘포토트래블’이라는 행사로 교토를 함께 다녀온 친구들이었다. 평소의 내 성격이라면 혼자서 이런 행사를 신청하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았을 텐데, 지긋지긋했던 ’ 코로나‘시기와 함께 진행된 많은 ’ 야근‘이 나를 모르는 사람들과의 여행으로 떠밀었다. 이 여행을 통해 정말 많은 부분이 변했다. 처음 보는 사람과의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만들 수 있었고, 여행 사진에 대한 취미가 깊어졌고, 사진을 함께할 친구들이 생겼고, 더 많은 여행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여행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필름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면, 시네필름의 메인은 역시 할레이션이었다고 생각했다. 새벽의 파란 분위기와 붉은색 조명에서 나오는 할레이션의 조합도 아름다웠고, 밤거리의 라이트도 정말 아름답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새벽과 야경
Photo By LeeYongsun(HeeBung)
2nd Record
Yashica GSN
Cinefilm 400D
Fuji Scanner(망우삼림)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