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에 제동을 거는 일에 대하여
편의성과 효율성이 최고 가치가 된 지금
우리는 정말 옛날보다 '진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점점 더 과거를 찾아간다.
낡은 레코드, 필름카메라 그리고 클래식한 가치들
그건 단순 유행이 아니라, 너무 빠른 속도에 질린 사람들이
지금으로부터 도피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종종 그런 생각에 잠긴다.
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기술과 편리함 속에서 스스로를 숨기고 있는 걸까.
기술은 문제를 해결해줬지만
사람의 마음은 여전히 외롭고 불안하다.
인공지능이 주식 시장을 계산해주고
모든 정보가 손끝에서 해결되는 세상이지만
전쟁의 불길, 관계의 단절, 사랑의 배신은
그 어떤 시스템도 대신 감당해주지 못한다.
요즘 SNS에서는 뉴머니와 올드머니가 비교되고
사람들은 오래된 것의 품격에 끌린다.
겉으로는 유행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감정이 숨어 있다.
시간이 만든 무게, 그리고 남아 있음의 의미
클래식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저 과거의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을 통과해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 긴 시간을 견디며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사실은
결국 어떤 양식이 얼마나 살아 있었는가를 증명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진보가 늘 선(善)인 것은 아니라고
가끔은 너무 빠른 속도가
사람을 그리고 문화를 폭력적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진짜 진보는 모든 것을 새로 바꾸는 게 아니라
무엇을 남겨둘 것인가를 아는 지혜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물론
"난 그냥 옛날 감성이 좋아."
"먹고사느라 그런 생각할 여유가 없어."
라는 말도 이해한다.
하지만, 시간을 존중하는 태도는 여유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라고 믿는다.
잠시 멈추어 서서
'이게 정말 옳게된 속도와 방향인가'를 묻는 사람들 덕분에
문명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나는 오래된 것의 품격을 믿는다.
시간이 검증한 인간의 방식,
그 속에 담긴 관용과 사랑을 믿는다.
그 마음이야말로
진보의 폭주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인간다움의 마지막 형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