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수출 호황 (출처-연합뉴스)
올해 들어 국내외 중고차 시장이 예상 밖의 호황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고차 한 대가 신차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이례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고환율과 지정학적 이슈, 국내 제조사들의 인증 중고차 사업 확대 등이 맞물리며 시장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중고차 수출 호황 (출처-연합뉴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중고차 수출 시장은 유례없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한국에서 수출된 중고차는 7만8842대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5.7% 증가한 것이며 수출액 역시 7억6140만달러(한화 약 1조4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4.8%나 급증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한 저가 노후 차량이 아닌, ‘신차급 중고차’의 수출이 두드러지는데 판매된 지 얼마 안 된 차량이 고가에 팔리며 일부 매물은 신차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팰리세이드 (출처-현대차)
실제로 엔카닷컴에 올라온 2025년식 팰리세이드 4륜구동 모델의 중고차 매물은 6980만원으로, 같은 모델의 신차 가격인 5339만원보다 1600만원 이상 비싸게 책정됐다.
이 같은 가격 역전 현상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무관치 않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높을 때는 국내 가격이 비싸더라도 수입국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져 고가 매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천 중고차 수출단지 (출처-연합뉴스)
여기에 국산차 브랜드에 대한 해외 인식 변화도 수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국산차가 ‘가성비가 좋고 수리도 쉬운 차’로 평가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출처-기아)
국내 중고차 시장도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1~4월 국내 중고차 거래량은 77만9752대로, 같은 기간 신차 거래(55만3392대)보다 50% 이상 많았다.
이는 신차 가격이 빠르게 올라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에 의해 중고차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2021년 대비 2024년 국산 신차 평균 가격은 약 1000만원, 수입차는 약 1300만원 상승했다.
특히 인기 차종은 긴 출고 대기 시간 때문에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더 커졌다. 예컨대 쏘렌토와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출시 1년이 넘었음에도 출고까지 8개월 이상 소요된다.
현대차 인증중고차 (출처-현대차그룹)
이런 흐름 속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인증 중고차 사업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양사는 2023년 시범 사업을 시작했으나, 영세 사업자 보호를 위해 올해 4월까지 시장 점유율을 7%로 제한받았다. 이 제한이 5월부터 해제되면서 양사의 인증 중고차 사업도 확대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의 인증중고차 등록 대수는 27일 기준으로 각각 920대, 689대 수준이다. 이는 중고차 플랫폼 엔카에 등록된 현대차(4만6000여대), 기아(4만3000여대)와 비교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치지만, 업계는 향후 점유율 확대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기아 인증중고차 (출처-현대차그룹)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는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해 차량의 성능, 상태, 시세 추이, 판매 순위 등 다양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중고차’ 이미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중고차 매매단지 (출처-연합뉴스)
한편 중고차 시장의 성장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수출 대수는 62만7875대였으며, 수출액은 약 50억달러(한화 약 6조8500억원)로, 2021년 대비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말부터 중동 지역 바이어를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가능성이 언급되자 러시아 및 그 주변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이 재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인접 국가인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으로의 중고차 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업계는 이들 국가를 통해 서방의 제재를 피해 중고차가 러시아로 흘러들어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 러시아 유입 경로 (출처-연합뉴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수출 증가에 따라 매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으며, 국내 거래시장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