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기통 후륜 기반의 압도적 승차감
과거 ‘성공의 상징’으로 통했던 현대차 그랜저의 위상이 최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가격의 위상이 달라졌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의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에 주요 옵션을 모두 더할 경우, 취등록세를 포함한 실구매가가 6,000만 원에 육박하면서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진 것이다.
이처럼 준대형 세단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자, 합리적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동일한 예산으로 더 높은 체급의 차량을 소유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신차 시장에서는 다소 저평가받았던 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K9’이 중고차 시장에서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하며, 그랜저 신차 계약을 취소하고 중고 매장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2021년에서 2022년식 사이의 ‘더 뉴 K9(2세대 후기형)’ 시세는 주행거리와 상태에 따라 4,000만 원 초반에서 5,000만 원 중반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이는 신차 출고가 대비 약 40% 내외의 감가상각이 이루어진 금액으로, 신차급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구매할 예산이면 오히려 1,000만 원 이상의 여유 자금을 남기면서 한 체급 높은 대형 세단을 소유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K9은 주로 법인 임원용 리스 차량으로 활용되어 정기적인 소모품 교환과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진 매물이 많다.
따라서 중고차 특유의 성능 불안 요소가 적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히며 실제 구매 전환율을 높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연비 효율이 뛰어난 하이브리드를 뒤로하고 대배기량의 K9을 선택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주행의 본질에 있다.
그랜저는 전륜구동 방식과 4기통 엔진을 기반으로 설계되어 실용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K9은 6기통(V6) 가솔린 엔진과 후륜구동 플랫폼을 바탕으로 최고급 럭셔리 세단다운 정숙성과 부드러운 회전 질감을 선사한다.
특히 고속 주행 시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묵직한 하체 세팅과 다중 접합 차음 유리가 제공하는 실내 정숙성은 4기통 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실내로 유입될 수밖에 없는 그랜저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가족을 위한 패밀리카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안락함과 고급스러운 승차감에서 명확한 급 차이를 보여준다.
K9의 실내는 나파 가죽과 리얼 우드, 금속 소재가 아낌없이 사용되어 손이 닿는 모든 곳에서 플래그십만의 고급스러운 촉감을 전달한다. 인조 가죽과 플라스틱 소재 비중이 높은 준대형 세단과는 마감의 디테일에서 큰 격차를 보인다.
비록 대배기량 엔진의 특성상 자동차세와 유류비 등 유지비 부담이 따르지만, 초기 구매 시 아낀 1,000만 원 이상의 차액은 약 5년 이상의 유류비를 충당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그랜저 신차를 고민하던 아빠들에게 K9 중고차는 감가상각이라는 장벽을 넘어 6기통 럭셔리 세단의 꿈을 실현해 주는 실질적인 해답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