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들의 굿판 (완결)

by 이선우

인턴 정우는 그 광경을 보며 입 안에서 단내를 느꼈다.

방금 전까지 옷을 벗어주던 아버지의 뒷모습과, 지금 어머니의 살점을 뜯어먹는 선배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역겨웠다. 구역질이 올라왔다. 엄마가 준 최고급 홍삼 엑기스가 위장에서 역류하는 것 같았다.

‘괴물들. 사람 새끼들도 아니야.’

정우는 주머니에서 구취 제거제를 꺼내 입안에 미친 듯이 들이부었다. 독한 박하 향이 목구멍을 긁고 내려갔지만, 속에서 올라오는 비릿한 썩은 내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도망치고 싶었다. 이 위선적인 카니발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최고급 외제 세단을 타고 서울로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정우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최고급 명품 만년필과 가죽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의료진에게 실려 나가는 어머니의 이름을 물어, 또박또박 받아 적었다.

그의 눈에 비친 어머니의 처절한 표정은 너무나 비극적이어서, 역설적으로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저 표정... 문장이 된다.’

정우는 생각했다. 이 장면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면? 흑백 필터에 슬픈 피아노 음악을 깔고, 비장한 글귀를 적는다면? 팔로워들이 감동하겠지?

> [무너지는 모성. 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오늘도 죄인이 되어 기록한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Tragedy \#Mother \#기자의눈물 \#LeicaStyle]

그는 벌써 ‘좋아요’가 찍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자신의 죄책감마저 ‘고뇌하는 기자의 감성’으로 소비할 준비를 마쳤다. 살아남으려면, 아니 더 세련된 괴물이 되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했다. 그는 이 순간 자신이 꽤 괜찮은, 고뇌하는 청춘이라고 느꼈다.

“야, 인턴! 멍하니 있지 말고 기사 송고해! 빨리! 마감 5분 전이야!”

형석의 고함에 정우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네, 선배! 지금 보냅니다!”

정우는 씩씩하게 대답하며 노트북을 열었다. 그의 손가락이 전송 버튼을 눌렀다.

노트북 화면 속에서 '전송 완료' 메시지가 떴다. 동시에 형석의 휴대폰에도, 미진의 휴대폰에도 각자의 욕망을 채워줄 메시지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체육관 밖, 해원도의 검은 밤바다는 무심하게 파도만 밀어내고 있었고, 체육관 안에서는 타인의 고통을 땔감 삼아 밥을 짓는, 품격 있는 옷을 차려입은 네 명의 불청객들이 벌이는 굿판이 밤새도록 이어졌다.

그날 밤, 김형석은 편집국장에게 “잘 막았고 잘 썼다. 고생했다”는 칭찬 문자를 받았다. 그는 기분 좋게 선배가 찍어준 좌표로 향했다. 서진시의 밤은 화려했다.

최미진은 대형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린 자신의 기사를 캡처해 배경화면으로 저장했다. 그리고 짝퉁 가방 판매자에게 신상 입고 알림을 신청했다. 서울 법조팀 발령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박동훈은 숙소로 돌아가 족발에 소주를 두 병 더 깠다. 취기에 올라 죽창가를 흥얼거렸다. 카메라 메모리 속 알몸 남자의 사진의 성기 크기를 보며 킬킬댔다.

이정우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00명이 늘었다. 그는 댓글 하나하나에 '감사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대댓글을 달았다.

모두가 행복한, 참으로 기묘한 밤이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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