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선생 Nov 18. 2024

PD수첩을 보고 돌아보는 나의 교직 생활

[PD수첩] 아무도 그 학부모를 막을 수 없다(24.11.05. 방영)

 군대에서 PD수첩을 정주행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나의 직업, 미래와 관련된 사안이니 더 관심 있게 찾아서 시청하게 되었다. PD수첩의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동안 나의 3년 조금 넘는 교사 생활을 되돌아봤다.

수업 실연 연습 정말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난다.

 2020년 교대 4학년인 나는 초등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임용 공부를 하고 2차 수업 실연 및 면접 준비를 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임용에 합격 후 발령을 받으면 퇴직 때까지 그리고 퇴직 이후에도 평온한 삶이 기다릴 것이라 믿었다.


이후 나는 임용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으며 무사히 졸업까지 하였다. 그때 충북은 임용 적체가 심한 상태였기에 21년 9월에 정식 발령이 났다. 따라서 그전 21년 3월 내 모교에서 발령 전 운 좋게 기간제 교사를 시작하였다. 교사의 첫걸음을 모교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참 기뻤고 감회가 남달랐다.

 아이들과 정도 많이 쌓았고 친해질 무렵 갑작스럽게 발령이 나서 9월에 다른 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그 학교는 이번 PD수첩에 나온 학교와 규모가 비슷했다. 전교생 50명 정도의 작은 학교로 교사, 학부모, 학생이 타 학교에 비해 더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21년 9월~ 22년 2월까지는 영어와 미술 전담으로 3~6학년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후 선배 선생님들의 배려로 내가 하고 싶은 학년을 골라 22년에는 2학년 담임을 맡았다. 어찌 보면 이때가 교사로서 가장 행복했던 한 해가 아닐까 싶다.

아직도 저 나무의 향기가 기억에 남는다.
잘 따라주는 아이들과 함께여서 가능했던 교육영화 촬영
하루하루가 보람차고 즐거웠던 그 때

 내가 하고 싶었던 교육 활동을 대부분 다 진행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관리자분들이 교사를 믿어주고 지원해 주셨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늘 감사드리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23년에는 5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사건 사고도 많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참 귀엽고 말 많고 재밌는 한 해였다. 아이들의 엄청난 에너지로 하루하루가 통통 튀었고 첫 고학년을 맡아서 그런지 아이들과의 티키타카가 가능하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이후 24년도 3-4월 2학년 담임을 잠시 하다가 입대를 하였다.

 확실히 큰 학교에서의 저학년 담임의 느낌은 달랐다. 나는 아무래도 작은 학교가 더 맞는 것 같다 ㅎㅎ.

 

 이렇게 3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의 교직 생활을 돌아보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이 든다. 이번 PD수첩에서 나온 학부모님과 같은 분들을 아직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고 주변에서도 직접 목격하지도 못했다.

 작은 학교에서 근무할 때는 학부모와 함께하는 행사들이 많아서 굉장히 연락을 많이 주고받고 긴밀한 협력을 할 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단 PD수첩에서의 내용을 몇 가지 살펴보자.

아이가 수학여행을 에버랜드로 갔는데 목이 마른 상황이다. 근데 물이 없어서 그 상황을 가지고 민원을 제기했다.

 우리는 초등교육의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초등교육의 목적은 총론에도 나와 있듯이 전인교육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데 본인 목 마름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또 그것을 부모가 개입해서 해결을 해아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생각이고 잘못 교육받아져 온 것이다.

 우리 교사들은 정서적 아동학대와 관련하여 지난 한 해 이미 충분히 목소리를 냈었다. 서이초 선생님 사건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유례없는 한목소리를 냈고 그 목소리는 어느 정도의 법제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런 학부모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일까?

 이 학교는 지속적인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담임 교체만 6번이었고 지금은 7번째 담임 선생님을 구하고 있다고 한다. 악성 민원 학부모의 자녀는 그렇다 쳐도 다른 그 반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죄인가? 담임이 바뀐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굉장히 큰일이다. 정서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다.

 누가 기록을 제공해달라는 민원을 보고 또 한 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생활기록부의 누가 기록은 교사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록의 작성은 온전히 담임 교사에게 있다. 애초에 학기말 혹은 졸업 후 생활기록부를 발급받아도 누가 기록은 그곳에 반영되지 않는다. 누가 기록은 그냥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기록하고 그 기록장을 토대로 자율활동이나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을 적는다. 물론 각 과목별 누가 기록도 있다. 이것을 제공해달라는 것은 교사를 신뢰하지 못한 다는 것은 물론이고 교사의 평가 권한에도 선을 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숨이 턱턱 막힌다. 저걸 어떻게 버티나 똑같은 상황이라도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고 관리자에게 최대한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이래서 투폰을 많이 사용하시는 선생님들이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해당 학교 관리자 두 분 역시 그 학부모로 인해 지속적으로 정신과를 다니고 있고 교감선생님은 안면 경련까지 얻어 앞으로 나아질 수 없다는 의사의 말까지 들었다. 도대체 왜 이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까지 고통을 받아야 할까?


 동료 교사끼리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콩콩 팥팥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부모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부모가 저렇게 언행 하는 것은 절대 본인의 자식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을 하루빨리 그들이 깨달아야 할 텐데 그것은 아마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하루빨리 교권이 정상화되어 교사 학부모 학생 3주체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학교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7. 돈의 심리학(저: 모건 하우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