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원 매출보다 값진 생업의 발견

진정한 '돌봄'(Taking Care)의 의미

by 코나페소아

​눈이 몹시도 내리던 추운 겨울날, 집 창문 밖 산등성이 위로 어린 고라니 한 마리가 서성거렸다. 창밖의 고라니는 춥고 위태로워 보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 내게 자식이란 저 고라니와 같았다.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면 길을 잃을 것 같아 늘 불안했다.


​몇 년 전 중국에서 등장한 ‘전업자녀’라는 신조어가 우리 사회에도 관심을 받고 있다. 취업 대신 부모의 가사노동을 돕고 생활비를 받는 성인 자녀를 뜻한다. 높은 실업률이 만든 기형적인 구조라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에는 깊은 아픔과 우려가 묻어난다. 돌봄이 길어질수록 서로에게서 사랑이라는 의미는 점점 퇴색되고 고갈되는 듯한 절망감. 그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문득 '조이 윌리엄스'의 단편소설 <돌봄 Taking Care> 속 존스 목사가 생각난다. 그는 평생 사랑에 빠져 살았지만, 그 사랑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적은 없었다. 병든 아내와 일탈을 일삼는 딸 사이에서 그는 의무적인 사랑에 매달리며 야위어갔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신의 대리인'이라는 거창한 직분을 내려놓기로 결심한다. 대신 아내의 머리카락을 빗겨주고 마실 물을 챙기며, 그녀의 고통이 닿는 공간을 자신의 몸으로 메우기 시작한다. 다가올 상황을 계속 받아들일 테지만 더 이상 순순히 내맡기지 않기로 그는 결심한 것이다.

그는 아내를 '죽어가는 사람'이 아닌 '지금 여기 살아있는 사람'으로 대한다. 돌봄이 단순한 의무에서 나의 '권리'로 변하는 지점이다. 희망이 없어도 눈앞의 생명을 정성껏 대하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며 그는 스스로의 존엄을 회복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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