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이 나를 뉴욕으로 데려가기까지

상상해 보기


대설특보가 내렸다.

아무 계획도 없는 주말, 나는 오래전 주문해 놓고 펼쳐보지도 못했던 책을 드디어 꺼내 들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경비원입니다』.

베스트셀러라 서점에 가면 눈에 잘 띄던 그 책이었다.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뉴욕에 가고 싶어졌다.

아니, 가고 싶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당장 가야 할 것 같았다.

미국 한 번 못 가본 촌뜨기가 "언젠가, 언젠가..." 하며 꿈만 꾸던 내가,

책을 덮자마자 뉴욕 여행 상품을 검색하고 있었다.

5박 7일. 16시간 비행. 가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

실제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가격은 6백만 원이 넘었고, 싱글 차지로 백만 원이 추가됐다.

유럽의 2배 가격이었다.

"비싸긴 하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들떴다.

작년에 독서하면서 "언젠가 브루클린에 가봐야지" 했던 그 막연한 생각이,

이제는 구체적인 이유가 되어버렸다.

최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미술관 투어 관광이 이해가 안 됐었다.

'그냥 그림 하나 보러 그 먼 데를 가?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있는 그림을?'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한 번의 검색 이후, 자꾸만 뉴욕의 알고리즘이 떠올랐다.

메트로폴리탄, 모마, 브로드웨이, 전망대... 스크린을 스크롤하는 손가락이 멈추지 않았다.

"올해는 내가 좀 바쁜데, 2월쯤 같이 가자."

남편이 말했다.

"그래, 싱글 차지 아껴야지."

2월 요금을 검색해 보니 500만 원대였다. 둘이 가면 천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단독/노팁/노쇼핑/노옵션] 뉴욕 완전정복 7일
<준특급 숙박/특식 3회/브로드웨이뮤지컬/2 대전망대/2대 미술관>
6,091,600원

화면에 뜬 광고를 보며 나는 웃음이 났다.

책 한 권 읽고 천만 원짜리 여행을 고민하게 되다니.

어딘가 목표를 세우니 기분이 좋아졌다.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오던 횃불을 든 자유의 여신상이 떠올랐다.

몇십 년이 지나서야, 이제야, 나는 그곳에 가볼 생각을 하고 있다.

책을 읽고 이렇게 마음과 행동을 움직이게 한 이 힘에 감탄했다.

독서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누군가의 이야기가 나의 발걸음을 옮기게 만드는 것.

활자가 상상이 되고, 상상이 계획이 되고, 계획이 곧 현실이 되는 그 순간.

창밖으로 눈이 내린다.

나는 다시 여행 사이트를 켰다.

2월의 뉴욕은 춥겠지만, 어쩐지 그곳의 겨울이 기다려진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따뜻한 실내에서, 그 경비원이 지켰던 그림들을 직접 볼 수 있을 테니까.

평생 미국 한 번 못 가본 촌뜨기였던 내가, 곧 뉴욕행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책 한 권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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