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선사

냐짱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사원으로 냐짱의 중국사원

190개 계단 앞에서 등장한 구세주, 오토바이 아저씨

"정상까지 약 190개 계단입니다."

가이드의 말에 부모님 얼굴이 굳어졌다.

흰모래 사구 맨발 등산의 트라우마가 아직 생생했다.

"우리... 괜찮을까?"

엄마가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그때였다.

"오토바이! 오토바이!"

어디선가 나타난 장사꾼 아저씨.

오토바이를 가리키며 능숙하게 호객 행위를 시작했다.

"위까지! 빨리빨리!"

부모님의 특급 배송

처음엔 좀 의아했다.

'오토바이로 계단을 어떻게 올라가지?'

하지만 자세히 보니 계단 옆으로 오토바이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따로 있었다.

"엄마, 아빠, 그냥 오토바이 타고 올라가세요."

"그래도 되겠어?"

"네! 저희는 걸어 올라갈게요."

부모님은 오토바이 뒷좌석에 올라타셨다.

부릉부릉-

오토바이가 출발하자 부모님이 살짝 놀라시며 웃으셨다.

그 모습을 보던 우리 일행 중 나이 드신 다른 분도,

"어? 나도 저거 타야겠네!"

하며 급히 오토바이를 불렀다.

계단 vs 오토바이, 누가 이길까

우리는 천천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190개면 꽤 걸리겠지?'

하나, 둘, 셋...

한참 세다가 포기했다.

그냥 올라가자.

그런데 의외로 금방이었다.

"어? 벌써?"

5분도 안 돼서 정상 근처에 도착했다.

'190개가 이 정도였어?'

막상 올라가 보니 생각보다 훨씬 수월했다.

중간에 평평한 구간도 있었고, 생각보다 경사도 완만했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하니...

"어머, 너희 벌써 왔네!"

오토바이 타고 올라가신 부모님이 계셨다.

"엄마, 아빠 언제 오셨어요?"

"방금! 진짜 빨리 올라오더라. 신기하네."

오토바이의 승리.

하지만 우리도 생각보다 빨리 올라와서 서운하지 않았다.

'아, 이 정도면 그냥 걸어 올라올걸.'

와불상의 비밀, 반짝반짝 부분

정상으로 가는 중간 지점, 거대한 와불상이 있었다.

누워계신 부처님.

그런데 자세히 보니 특정 부분들이 유난히 반짝반짝했다.

발바닥, 손, 옷자락...

"여기 문지르면 좋대요!"

누군가가 말했다.

아, 이 문화!

한국에서도 절에 가면 부처님 특정 부분을 만지는 문화가 있지 않은가.

머리 아프면 머리 부분, 배 아프면 배 부분.

'역시 이건 어디나 똑같구나.'

나도 슬쩍 와불상의 발바닥을 문질렀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번들번들하게 닳아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담긴 곳이구나.'

장사꾼의 비즈니스 감각

다시 내려올 때도 오토바이 아저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내려갈 때도 타세요!"

부모님은 이번에도 오토바이를 탔다.

"편하네, 이거!"

아빠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오토바이 아저씨는 능숙하게 손님을 태우고 내려갔다.

하루에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는 걸까.

장사도 장사지만, 체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나름의 베트남식 케이블카인가.'

예상과 다른 190개

롱선사를 나서며 생각했다.

190개 계단.

숫자로만 들으면 엄청 많아 보이는데, 막상 올라가 보니 금방이었다.

부모님은 오토바이 덕분에 편하게 올라가셨고, 우리는 걸어 올라가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와불상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을 문지르며 소원을 빌었다.

'이 문화는 정말 어디나 같구나.'

부처님 동상 앞에서 기복 신앙을 실천하는 건, 국적을 초월한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오토바이의 추억

결국 롱선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백불상도, 냐짱 전경도 아닌...

오토바이 아저씨였다.

190개 계단 앞에서 "오토바이! 오토바이!" 외치던 그 목소리.

부모님이 뒷좌석에 타고 부릉부릉 올라가시던 모습.

그걸 보고 급히 따라 타신 다른 어르신.

그리고 생각보다 금방 도착한 정상.

베트남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이것도 여행의 재미지 뭐.'

계단 190개보다 더 기억에 남는 오토바이 한 대.

롱선사는 그렇게 우리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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