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캐슬
베트남 와이너리에서 만난 의외의 반전
솔직히 기대는 안 했다.
무이네에서 이미 여러 번 당했으니까.
'또 뭐 포토존 하나 있고 끝이겠지.'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드디어 나타난 진짜 관광지
골프장 옆에 위치한 와이너리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건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 진짜 웅장한데?'
지프투어의 배신, 흰모래 사고의 맨발 등산, 요정의 샘 진흙탕... 그동안의 실망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건물은 정말 유럽풍으로 멋지게 지어져 있었고, 곳곳에 조각상과 마차가 배치되어 있어 사진 찍기에 완벽했다.
'드디어... 드디어 제대로 된 곳이 나왔다!'
아이들은 포도 주스, 어른들은 와인
가이드를 따라 와인 저장고와 생산 과정을 둘러봤다.
거대한 오크통들이 줄지어 있고, 와인이 숙성되는 과정을 설명해 주는 모습이 꽤 진지했다.
'오, 이거 진짜 제대로 운영하는 곳이네.'
아이들에게는 포도 음료수를 주었다. 달콤한 포도 주스를 받아 든 아이들은 신나 보였다.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입장권에 무료 시음 한 잔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디어!
유럽 온 기분이었던 그 한 잔
'나파 55' 같은 유명한 레드 와인이라고 했다.
잔을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아, 이거다.'
웅장한 건물, 유럽풍 인테리어, 손에 든 와인 한 잔.
순간 여기가 베트남 무이네인지 유럽 어딘가 인지 헷갈렸다.
지프투어에서 아스팔트 위 포토존을 봤을 때의 허탈함.
요정의 샘에서 진흙물을 맨발로 걸으며 느꼈던 배신감.
그 모든 게 이 한 잔의 와인으로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그나마 괜찮았던 곳
와인 판매장도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
전 세계 다양한 종류의 와인들이 진열되어 있고, 기념품으로 구입할 수도 있었다.
'이 정도면... 이 정도면 관광 상품이라고 할 만하네.'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었다.
마차 앞에서, 조각상 옆에서, 와인 저장고 앞에서.
이번엔 진짜 배경이 예뻤다. 포토샵 안 해도 될 정도로.
무이네에서의 첫 만족
무이네에 와서 처음으로 '아, 이건 돈값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프투어 - 실망
흰모래 사고 - 맨발 등산
레드샌드 - 놀이터 썰매
요정의 샘 - 진흙탕 개울
그리고 마침내...
와이너리 - 합격!
와인 한 잔 마시며 웅장한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순간, 그동안의 실망들이 조금은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유럽 온 것 같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진짜와 가짜 사이 어딘가
물론 진짜 나파 밸리는 아니다.
베트남 버전 나파 밸리.
하지만 그게 뭐 어때.
지프투어가 포토존이었던 것처럼, 이것도 어쩌면 '나파 밸리 콘셉트'일뿐이겠지.
그래도 이번엔 속은 기분이 안 들었다.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와인도 맛있었고, 건물도 멋있었고, 사진도 잘 나왔고.
무이네에서 건진 유일한 보물
집에 돌아와서 사진들을 정리하며 생각했다.
무이네에서 진짜 건진 건 이 와이너리 사진들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기대 vs 현실'의 희생양이었지만, 이곳만큼은 달랐다.
손에 든 와인 잔, 유럽풍 건물, 그리고 만족스러운 미소.
'그래, 여행이 이래야지.'
무이네에서의 하루.
90%는 실망, 10%는 만족.
하지만 그 10%가 나머지를 다 살려냈다.
와인 한 잔의 마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