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껴안고
"출간은 멀고 글은 부족한 것 같고 나는 자신이 없어요. 책을 낸다는 건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껴안고 기록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출간 혁명 0원'이라는 책에 나온 이 문장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래, 완벽해져서 책을 쓰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그 이야기를 용기 내어 기록하는 것이구나.
12주 책 만들기 프로그램, 그 첫날이 밝았다.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오늘은 수강생이 아닌 보조강사로서의 첫 출근이었기 때문이다. 강사님은 벌써 와 계셨는데 컴퓨터 문제로 급하게 강의실을 옮기게 되었다.
강사님 짐을 옮기고, 지각생들이 오픈채팅방에 못 들어온 걸 하나하나 알려드리고, 와이파이 모르시는 어른 분 노트북에 와이파이 연결을 도와드리고, 수강생들 책 2권씩 챙겨드렸다. 맨 뒤에서 "도와드릴 분 없나" 하며 교실 전체를 살피며 강의를 들었다.
언제나 맨 앞자리에서 강사님과 눈높이로 대화하던 내가, 오늘은 맨 뒷자리에 앉아있다. 시선의 방향이 180도 바뀐 것이다. 이제는 수강생들을 바라보며 혹시 어려워하시는 분은 없는지 살피는 게 내 역할이었다.
사진도 찍어드리고, QR코드 못 하시는 분께는 폰 화면을 직접 터치해 드렸다. 강사님이 책 이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설명하시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니, 이 일이 내게 참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교통비도 받고, 강의도 들을 수 있고, 게다가 새로운 경험까지.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생겼다. 평생학습지원팀 주무관님께서 다른 강의에도 와달라고 제안하신 것이다. 무료 봉사도 기꺼이 할 마음이었는데 차비까지 주신다니,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보조강사 소개도 해주시고, 단톡방에 인증사진을 올렸더니 아는 분께서 "파이팅!" 응원 메시지까지 보내주셨다.
어쩌다 보니 '수강생'에서 '보조강사'가 된 하루.
가끔은 이런 예상치 못한 역할 변화가 삶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것 같다. 앞자리에서 뒷자리로, 듣기만 하던 사람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처음엔 "출간은 멀고 글은 부족하다"며 자신 없어했던 내가,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책 만들기를 도우며 함께 걸어가고 있다.
완벽한 사람이 되어서 책을 쓰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지금의 나를 끝까지 껴안고 기록해 나가는 것. 12주 동안 이런 새로운 시각으로 강의를 경험한다면, 내 책에도 분명 다른 깊이가 생길 것이다.
때로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한 자신을 받아들일 용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용기는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오늘, 나의 첫 번째 책 만들기 여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