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떳떳이 작가라고 쓸 수 있는 날이 올까
"김현주 님 정말 성실하시네요."
이렇게 평가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오늘도 아침부터 미학수업을 듣기 위해 바쁘게 나섰다. 오늘은 이 일정이 첫 스타트였다.
강사님께서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라고 물으셨다. "오늘은 앞서 다른 일정이 없어서 일찍 도착할 수 있었어요"라고 답했다. 평소에 학교 봉사를 하거나 다른 일로 늦은 시간에 도착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10시부터 1시까지 3시간 수업. 장점은 좀 늦어도 2시간은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2시간 수업이라 한 건 처리하고 가면 애매한 시간인데, 이번엔 3시간 수업이라 오전에 한 건 더 할 수 있어도 참석했다.
3시간 수업인데 중간에 5분만 쉬시는 강사님의 열정과 체력이 존경스러웠다.
미학수업을 마칠 때쯤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비밀번호가 틀리다고 나와요. 여러 가지로 해봤는데 안 돼요."
이상하다. 내가 비번을 잘못 바꾸지 않은 이상 왜 문이 안 열릴까? 2시부터 복지관에서 일이 있는데 마음이 불편해져서 속력을 내서 달려갔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배터리에 불은 들어오고 있었다. 마스터키 번호로도 해봤지만 열리지 않았다. 결국 열쇠 수리공을 부르기로 하고, 나는 다시 허겁지겁 약속 장소로 갔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승강기에서 복지관 직원이 물었다.
"오늘도 바쁘시죠?"
"네, 오늘도 점심 먹는 걸 못 먹고 바로 달려왔어요."
다행히 간식을 준비해 주셔서 과자로 점심을 때우며 역량강화 강의를 들었다.
김승수 관장님의 말씀 속에는 단순한 봉사를 넘어선 '관계 중심의 삶'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복지를 "관리"가 아닌 "관계"로 보는 관점이었다.
받은 만큼 환원하되 함부로 충고하지 않는다는 지혜. 그리고 "긍정적인 사람에게는 한계가 없다"는 말씀도 마음에 와닿았다.
4시 강의가 끝나고 다시 알바 현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9 볼트 배터리로 문을 열 수 있었다.
배터리만 갈면 되는 단순한 문제였지만, 아까는 정말 아찔했다.
직업도 없이 그냥 바쁘게 하루가 지나간다. 하지만 난 작가다. 글감을 찾아 모든 일이 글쓰기로 이어지니, 이렇게 위안을 찾는다.
오늘의 배터리 소동도, 과자로 때운 점심도, 승강기에서의 짧은 대화도 모두 소재가 된다.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이 거창해 보이지만, 결국 이런 사소한 일상을 글로 풀어내는 게 내 일이다.
복잡해 보이는 문제도 알고 보면 9 볼트 배터리 하나로 해결되는 것처럼,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오늘도 평범한 하루가 한 편의 이야기가 되었다. 내일은 또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까?
"작가의 하루는 모든 것이 소재다. 심지어 고장 난 배터리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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