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부인
날개 달린 사랑에게 납치당했습니다
- 한 수강생의 감상기
미학 수업 시간, 교수님이 PPT로 띄워주신 그림 한 장에 내 심장이 멈췄다.
"이건... 로맨스 소설 표지 아니야?"
하지만 이게 1895년 작품이라니! 부그로라는 화가가 그린 〈프시케의 황홀〉이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황홀'이라니, 대체 뭘 본 거야 프시케야?
그림 속 남자는 완벽한 조각상 같은 몸매에 하얀 날개까지 달고 있다. 에로스, 즉 큐피드라고 한다. 여자는 마치 기절할 듯 그의 품에 안겨 있고, 둘 다 옷은 거의... 음, 고전 미술이니까 예술적 누드라고 하자.
교수님이 설명해 주신 스토리가 가관이다.
프시케가 너무 예뻐서 아프로디테 여신이 질투했다는 것부터가 이미 막장드라마급이다. 그래서 아들 큐피드한테 "쟤 망하게 해"라고 시켰는데, 정작 큐피드가 한눈에 반해버린 거다. 아들아, 그게 아니잖아!
더 웃긴 건 큐피드가 프시케를 신비한 궁전에 데려가서는 "나 얼굴 절대 보지 마" 조건을 걸었다는 것. 이게 뭐야, 성인버전 미녀와 야수? 당연히 프시케는 참지 못하고 등불로 몰카 찍다가 들킨다. 현실에서도 연애할 때 휴대폰 보면 싸우잖아?
결국 큐피드는 삐져서 떠나고, 프시케는 온갖 시어머니... 아니 시아버지? 여하튼 아프로디테의 괴롭힘을 견뎌내야 한다. 마지막엔 해피엔딩으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이 바로 이 그림이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정말 로맨틱하다. 큐피드의 시선은 프시케를 바라보며 애틋하고, 프시케는 완전히 그에게 몸을 맡긴 채 황홀한 표정이다. 구름 위를 날아가는 모습은 마치 "우리 사랑은 하늘을 난다"는 걸 문자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부그로의 붓질은 정말 미쳤다. 피부 질감이 진짜 살 같고, 천 조각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도 생생하다. 특히 큐피드 날개의 깃털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그려놨다. 이런 걸 보면 "아, 내가 왜 미학수업에 왔는지 알겠어"라는 생각이 든다.
교수님은 이게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영혼과 사랑의 합일"을 상징한다고 했다. 프시케가 영혼을 뜻한다니, 결국 우리 영혼이 진정한 사랑을 만나 승천한다는 뜻이란다. 좀 거창하긴 하지만... 뭔가 감동적이다.
오늘 집에 가서 이 그림을 다시 찾아봤다.
역시 실물은 루브르에 있다고 한다. 난 루브르에서 뭘 본걸까?언젠가 파리 가면 꼭 수업시간에 본 작품들을 다시 봐야겠다. 그때도 이렇게 설레서 바라볼 수 있을까?
부그로 아저씨, 당신은 진정한 로맨스의 화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