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엄마는 나에게 그리 친근한 존재는 아니었어. 엄마와 아빠는 매일 야근이었고, 나는 외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지. 그래서였는지 나에게 엄마는 외할머니였던 것 같아. 엄마는 내게 조금 무서운 존재였거든. 엄마와 아빠는 아빠1, 아빠2 였다고 할까?
엄마가 내게 엄마가 된 순간이 언젠지 알아? 군대에 있을 때, 몇 번째 휴가인지는 모르겠지만 휴가를 나온 나를 꼬옥 안아주던 엄마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 사실 그전까지 엄마와 손잡았던 기억이나 포옹했던 기억이 잘 없거든. 무섭게 보였던 엄마가 한없이 작아져 보이게 된 날이기도 해. 어느 날 부모님의 어깨가 작아져 보인다고 하잖아? 그날이 나에게는 엄마가 왜소해 보이기 시작한 날이고, 나에게 아빠2에서 엄마가 된 그런 날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