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뭐라도 될 줄 알았는데

아직은 너무 어려운 나의 인생

by 송진호

2026년, 서른셋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릴적 저는 서른이 넘으면 당연히 대단한 ‘무언가’가 되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를 설명할 수 있는 성취를 찾으려면 한참을 뒤적거려야 합니다. 세상에 장래희망을 이룬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저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요?


지나온 길을 돌이켜보면, 저는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작은 배 같았습니다. 그저 주변에서 시키는 일들을 적당히 해내고, 너무 경로를 이탈하지만 않게끔 애쓰며 살아온 날들이었습니다. 가슴 뛰는 원대한 목표보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단기적인 숙제들을 해치우기에 급급했지요. 사실 그 목표들조차 정말 제가 원했던 것인지 이제는 희미합니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이라는 문턱을 넘기 위해 적당히 공부했고, 대학생 때는 취업이라는 파도를 넘기 위해 적당히 애썼습니다. 그렇게 흘러오다 보니 어느덧 적당한 회사에서 적당히 일하는 어른이 되어 있었습니다. 평범함이라는 안락함에 몸을 맡기면서도, 내면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소용돌이치곤 했습니다. 갈망은 컸으나 행동은 무거웠고, 꿈은 높았으나 걸음은 게을렀던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요즘 SNS를 열면 마음이 더 시끄러워집니다. 예전에는 성공한 또래라고 해봐야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정도였는데, 이제는 각자의 분야에서 제 몫을 다하며 빛나는 동갑내기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들의 ‘릴스’를 지켜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은 제 삶은 한없이 쪼그라들고 초라해집니다.


과거의 저를 탓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듭니다. '적당히'라는 관성은 생각보다 무서워서, 이제라도 변화하고 싶어 몸부림쳐보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불안함에 발만 동동 구르다 끝나는 하루가 반복될 때면, 이 거대한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난파된채 두둥실 떠다닐까봐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파도에 휩쓸려 가라앉기엔 아직 이릅니다. 2026년, 새해가 밝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건 아마도 제 마음속에 도전할 마음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더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막연한 다짐 대신, 이제는 제가 진짜 가고 싶은 방향을 향해 노를 저어보려 합니다.


남은 인생에서 오늘이 가장 빠른 날이라는 말처럼, 지금 이 순간이 저에게는 가장 절실한 기회입니다. 항해술은 모르지만, 적어도 나만의 헤엄법을 찾아보려 합니다. 이제껏 '적당히'라는 안개에 가려져 있던 진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


비록 서툴고 느리겠지만, 이 거친 어른의 바다에 기분 좋게 첫발을 내디뎌 보겠습니다. 까짓거, 죽기야 하겠습니까?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