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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명리, 사람을 읽는 기술

1화 나는 왜 이 길을 걸어왔나

by 책마법

"사주를 안다는 것은, 나를 읽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나는 왜 이 길을 걸어왔나>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길을 걷습니다.

누군가는 정해진 길 위에서 뚜벅뚜벅 걸어가고, 누군가는 매번 갈림길에서 멈춰 서기도 하지요.


저는 후자였습니다. 어딘가로 향하고 있지만,

그 끝이 어디일지 확신할 수 없었던 날들이 길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내 안에 있는 나침반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제가 만난 것이 '명리학'이었습니다.


명리학은 흔히 점술이나 미래 예측으로 인식되지만, 제가 만난 명리는 그보다

훨씬 더 깊은 세계였습니다.

그것은 마치 나를 읽어주는 또 다른 언어 같았어요.


이름도, 나이도 아닌, 태어난 시간으로 그 사람의 기질과 성향, 삶의 방향을 들여다본다는 것.

처음엔 놀랍기도, 낯설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이상하리만큼 익숙했습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설명하려고 기다리던 이야기처럼요.


제 사주의 중심은 '임인일주'입니다.

임수는 깊고도 묵직한 겨울의 강물이고,

인목은 봄을 앞둔 호랑이입니다.

정적인 물과 역동적인 나무. 이 조합은 차분하지만 결단력 있는 기질을 말해줍니다.

저는 조용히 사유하지만, 한 번 뜻을 정하면 반드시 움직이는 사람이었어요.

출판 일을 택한 것도, 강의를 시작한 것도,

모두 그런 흐름 위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저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냥 좋아서요."라고 말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설명되지 않는 끌림과 저항이 동시에 존재했지요.

명리를 만나고 나서야, 제 삶의 선택들이 단지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기질이, 사주의 기운이 그 방향을 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명리는 저에게 ‘이해’라는 선물을 주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고,

무엇보다 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나는 왜 때로는 조용히 있고 싶고, 왜 어떤 날은 겁도 없이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걸까. 그것은 모순이 아니라, 내 안의 임수와 인목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말할 수 있어요.

나는 명리를 공부하기 위해 이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싶어서 이 길을 택했고,

그 끝에서 명리를 만난 것이라고.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저와 비슷한 누군가가 자기 내면의 언어를 찾는 데 작은 단서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사주를 품고 살아갑니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삶은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해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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