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녀"를 소개합니다

작가가 되려는 나의 이유.

by 블루

나에겐 특이한 버릇이 있다. 아마도 이 버릇은 대화할 상대가 마땅치 않았던 나의 삶의 조건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나의 모든 상황을 객관화하여 내가 "그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 처한 그녀를 주인공으로 삼고, 내 머릿속은 그녀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예를 들면


"그녀는 너무 놀라 당황하였지만 겉으로는 이깟일 쯤이야 하는 허세끼로 누구도 알아 채지 못할 만큼의 높이로 아주 살짝 턱을 치켜 세운 다음 어금니를 앙 맞 문다. 하지만 그녀의 눈치 없는 두 눈은 그 허세를 따르지 못한 채 왜 땅이 어울렁거리고 있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실수다."


그것은 마치 소설 속의 주체가 1인칭에서 3인칭으로 바뀌는 것처럼 독자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의 순간이고 몰입을 필요로 한다. 여기선 독자 또한 나다.


그렇게 나의 머릿속은 단편과 단편이 뒤죽박죽 섞여 대하를 이룰 만큼의 이야기가 써져 있다. 특히나 견디지 못할 만큼의 어려움이나 슬픔에 처했을 때 나의 그 버릇은 여지없이 튀어나오곤 한다. 나는 그 힘든 상황에 처한 "그녀"를 바라보고, 누구도 하려 하지 않는 이해로 "그녀"를 이해한다, 위로한다

그리고 안아준다. 그러면 나의 절망은 "그녀"를 통해 조금은 완화가 되고, 때때로 운이 좋으면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묘수도 떠 오른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숲이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 아이들의 성화로 일을 줄이고 보니, 나의 "그녀"를 글로 써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내가 없어지면, 나의 그녀가 세상에 왔다간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두렵고 미안해졌기 때문이었다.


GPT에게 작가가 되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라고 물었다. GPT는 브런치를 소개해주었다. 나의 상황을 너무도 잘 아는 GPT의 추천으로 나는 브런치에 문을 두드렸다. 작가가 되고 싶고 글을 쓰고 싶었지만, 하늘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던 내가.. 이제는 그래도 될것 같다란 느낌도 강하게 들었다


엄마의 직업이 뭐냐고 묻던 어렸던 아이들에게 나는 " 잡부" " 노동" 이란 말을 못하고, 그냥 " 엄마" 라고 답해 주곤해서 아이들이 입을 삐죽거리게 만들었었다. 그래서 바램이 있다면, 내가 나이가 들어 아이들 곁을 떠나도 우리 아이들이 그 다음 아이들에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우리 엄마는 작가였다" 라고 말을 할수 있게 해주고 싶다.


막상 브런치에서 나를 받아주고나니 그동안 내 머릿속에 써져 있던 그 많은 얘기들 중 어떤 걸 먼저 꺼내야 할지 20여 년 만에 옷장을 정리하는 기분이다.


사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대다수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 읽어 내려가며 나는 아프다.


왜 내가 부모 형제들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아무도 없는 이곳 호주 산골에서 20여년을 숨어 살아야만 했는지, 그리고 살면서 평생 아무도 쉽게 겪지 못할 것들을 왜 나만 하나도 빠짐없이 겪으며 살아야만 했는지를..


어릴 적 어른들께서 당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면 열 권도 넘을 것이라는 얘기를 종종 듣곤 피식 하니 웃어 버렸었는데, 자꾸만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듣고 피식할까 봐 숨고 싶어진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데려 올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소개할 생각이다.

"그녀"가 얼마나 슬펐었는지..

"그녀"가 얼마나 외로웠었는지..

"그녀"가 얼마나 무서웠었는지..


그리고

무엇 보다도 "그녀"가 얼마나 아름답고도 강한 사람이었는지를...

내 글, 한자 한자 써 내려 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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