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합리적인 남자와의 결혼

by 다몽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끝날 기미조차 안 보이던 시절, 나는 결혼식을 올렸다.


하얀 마스크들의 축복 속에서 인생의 큰 과업을 해내고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아주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사람이었다.


감수성 예민한 내겐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현실적인 모습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직장생활을 하며 성실하게 모은 돈을 합쳐서 전세대출을 받아 손바닥만 한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구했다.


부모님 도움 없이 서울에 신혼집을 구했다는 것 자체가 내 가치관에 부합했기에 낡고 작은 구축 아파트였지만 그것마저도 멋있게 느껴졌었다.


앞으로 둘이 노력해서 늘려가면 되지.


그 당시엔 그렇게 생각했다.




코로나 때 일시적으로 상승했던 집값을 보고 그 당시 전문가들은 거품이며 곧 빠질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었다.


나랑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친구들도 대부분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다들 너무 고점인 것 같으니 전세로 시작한다는 친구들도 많았고 남편도 그 당시엔 동의했었다.


요즘 젊은 부부들처럼 둘만의 계절을 몇 번쯤 온전히 통과한 뒤에 아이를 맞이하자는 약속이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시작이었다.




서로의 생활패턴을 맞춰가는 데에만 반년이상이 걸렸다.


아침형 인간인 내게 올빼미형 남편은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그때그때 일이 생기면 처리하는 남편에게 1년 뒤 계획까지 철저하게 세우는 나는 숨 막히는 대상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도파민으로 서로 이해하고 맞춰주려고 노력했지만 사계절이 한 바퀴를 다 돌 무렵, 다시 원래 성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서로의 성향을 존중해 주기까지 꽤 오래 걸렸고, 그 사이에 싸우기도 많이 싸웠던 것 같다.


주변 선배들에게 자문해 보니 원래 신혼은 맞춰가면서 싸우는 기간이라고 했다.




결혼 전 남편이 남자친구였을 당시, 내게 간곡하게 본인은 외벌이로 살기 어려울 것 같으니

결혼하고도 계속 일해줄 수 있는지 아주 부드럽게 물어봤었다.


요즘 트렌드가 맞벌이였으니 나는 이렇게까지 말하는 남편이 오히려 남자로서 아주 든든해 보였었다.


조금은 평범하고 조금은 행복한 그런 신혼을 즐겼다.




이 합리적인 결혼생활의 평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는데,



자녀 계획을 시작하면서부터 고통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