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고르가 건네는 '자유의 현기증'에 대하여
새해 인사를 나누고 샴페인 잔을 부딪칠 때는 몰랐던 감정이 며칠 지나서야 찾아옵니다.
거창하게 세운 계획들은 작심삼일의 위기에 놓이고,
나이만 한 살 더 먹었다는 사실이 문득 무겁게 다가오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왜 새로운 시작 앞에서 두려움을 느낄까요?
19세기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그 이유를 아주 매혹적인 단어로 설명했습니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다."
벼랑 끝에 선 당신
키르케고르는 우리의 삶을 '높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합니다. 떨어질까 봐 무섭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스스로 뛰어내릴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현기증을 느낍니다.
이것이 바로 '자유의 현기증(Dizziness of Freedom)'입니다.
당신이 지금 막연하게 불안한 이유는, 당신이 못나서가 아닙니다. 당신에게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무한한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2026년이라는 시간 앞에서, 당신은 무엇이든 그릴 수 있기에 손이 떨리는 것입니다.
가능성을 가능성으로 만드는 용기
키르케고르는 인간을 '가능성'의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가만히 둔다고 현실이 되지 않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신앙의 도약(Leap of Faith)'을 주문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앙은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섭니다. 논리적으로 계산하고, 실패 확률을 따지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이성'의 단계를 넘어, 불확실함 속으로 나를 던지는 결단을 의미합니다.
"인생은 뒤를 돌아보며 이해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앞을 향해 살아가야 한다."
그의 말처럼, 지금 당장은 이 선택이 옳은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불안합니다. 하지만 그 불안을 껴안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내딛는 그 한 걸음이, 당신을 진짜 당신(Real Self)으로 만듭니다.
2026년, 우리의 다짐
새해에는 불안을 없애달라고 기도하지 않기로 해요. 대신 그 불안이 내 자유의 증거임을 기억하기로 해요.
불안을 환대할 것 : 마음이 흔들린다면, '아, 내가 지금 자유롭구나. 내가 지금 내 인생의 운전대를 잡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기.
계산 없이 저지를 것 : 성공할 확률이 낮아도, 남들이 비웃을지라도 내 가슴이 뛰는 일이라면 눈 딱 감고 저질러 보기. (그것이 키르케고르가 말한 '도약'입니다.)
단독자로 설 것: '모두가 하니까'라는 이유로 휩쓸리지 않고, 고독하더라도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한 해가 되기.
맺음말
당신의 2026년이 조금은 위태롭고, 꽤 자주 현기증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안전한 길로만 걷는 사람에게는 현기증이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현기증이 날 만큼 높은 곳에서, 가장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한 해가 되기를. 그 아찔한 자유 속에서 당신이 가장 당신다워지기를 소망합니다.
Happy New Year, Brave Le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