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교회, 명품교우들

by 시골사모

다이소에서 산 머플러는 부담 없이 두르고 나서기엔 좋았는데 서너 번 세탁하고 나니 보푸라기가 일어나고 길이도 처음보다 반 뼘 이상 줄어들었다.

큰딸이 여행을 마치고 다녀오는 길에 선물로 사다준 머플러는 폭과 길이가 엄청 넓고 길었다. 목을 두어 번 두른 후에 묶어도 길이가 깡충하지 않고 앞섶에 여유롭게 떨어졌다.

여러 해 연이어 같은 머플러를 두르고 겨울을 지낸 후에 든 내 생각은 이렇다.

'잘 보관했다가 다음 해 그다음 해 또 꺼내 사용해도 여전히 변함이 없구나! 이래서 명품이라고 하나보다……'

은퇴 후 첫 성탄예배를 서울 대학로교회에 가서 드렸다. 오랜만에 만나 뵌 교우님들, 그분들 가운데에도 날마다 한결같이 아침예배에 나오셨던 어머님들의 쇠약해지신 모습을 뵙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어느 어머님은 말없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시며 미소만 지으셨다. 곁에 계셨던 어느 교우님이 얼마 전부터 치매로 사람을 잘 몰라보신다고 귀띔해 주셨다.


대학로교회는 예전의 묵직한 모습과 분위기가 같은 온도로 느껴지기도 했고 무언가 새로운 변화의 중간쯤에 다다랐다는 느낌도 들었다.

주일예배에 함께하시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 기쁨이 되는 어른세대와 교회의 중심역할을 감당하고 계시는 청장년세대 분들, 미래세대인 중고등부 학생들과 주일학교 어린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변함없이 교회에 튼튼히 두 발을 디딘 채, 균형을 잃지 않고 교회를 지키고 계셨다.

요즘 교회마다 미래세대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과 견주어 볼 때 미래세대들이 어른세대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 쑥쑥 자라고 있는 대학로교회는 명품교회가 맞다.

명품교우님들과 “주님 안에서 머물렀던” 그때가 많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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