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8남매의 막내이다. 제일 맏이가 큰누님이시고 다음이 차례대로 큰형, 둘째, 셋째, 넷째 형, 다음이 작은누나이고 막내인 남편, 바로 앞이 다섯째 형님이시다. 휴! 차례를 잘못 썼을지 몰라 몇 번을 확인했다.
본격적인 결혼이야기가 오가기 전에 남편이 “고향 원주에 가서 큰 형님께 먼저 인사를 드리자.”라고 말했다.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마치 소풍 가듯 원주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큰 형님을 뵙는 순간 깜짝 놀랐다. 남편과 얼굴이 닮아도 정말 많이 닮아서!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점심을 먹고 자리를 옮겨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려는데 대뜸 나에게 “운동은 좀 하셨나?”라고 물으셨다. 지금도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바로 말씀드렸다.”아뇨, 저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그런데 옆에 있던 남편이 갑자기 당황한 목소리로 “형님, 이 친구는 그런 거 잘 몰라요. 아버님은 NCC 인권위원 활동도 하시고 우리 교단에서도 매우 진보적 역할을 하시는 분이신데……“
여기까지 듣고 나서야 형님이 말씀하신 그 “운동”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깨닫고 나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이런저런 걱정 속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가뜩이나 어렵기만 한 아버님 같은 형님 앞에서 어색한 분위기에 주눅이 들었다
처음 만난 막냇동생의 여자친구에게 학생운동과 시위는 해 봤냐고 물어보는 형님한테 남편은 무슨 이유로 내 말에 변명하듯 설명을 하려 했는지 , 왜 아버지까지 그 자리에 소환됐어야 했는지 기분은 좀 … 그랬다!
아주버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한겨레신문주주에 구독자셨고 원주 신용협동조합의 창립회원이셨다. 오래된 동네친구, 마치 요즘의 태극기부대 같은 친구분들과는 인연을 끊고 지내셨다.
요즘, 막냇동생 남편은, 은퇴하고 원주로 돌아와 돌아가신 아주버님의 친구 들을 마치 본인친구인 듯 만나느라 엄청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