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자랑은 팔불출이라는 말은 없으니 2.

친언니 같은 다정한 형님들

by 시골사모

형님(형수님)들은 친정엄마보다 더 나에게 다정하셨다. 나는 제사의 “제”자도 모른 채 결혼했고 그해 추석 때 생전처음으로 차례 지내는 모습을 보았다.


내게 주어진 추석음식 만들기 첫 과제는 전 부치기였다. 동태 전은 이미 만들어봤기에 자신 있었다. 그런데 늘 반찬용으로 딱 동태 한 마리 분량만 부쳐봤던 내 자신감은 소쿠리 가득 쌓인 동태포와 마주하는 순간 절망감과 공포심으로 바뀌었다.

해동시킨 동태살에 소금과 후추를 적당히 뿌리고 밀가루를 입혀 계란물에 적시는 지난한 단순노동을 하고 나니 괜한 서러움에 눈물까지 찔끔 났다. 마지막으로 호박전과 동그랑땡을 부칠 때쯤엔 기름냄새에 멀미가 나려고 했다. 지금처럼 커피전문점이 있었더라면 중간에 나가서 아이스아메리카를 양손에 사들고 왔을 테지만 그때는 맥심믹스커피조차 없을 때였다. 유리병에 담겨있는 맥스웰 커피와 프리마, 그리고 설탕을 적당한 비율로 섞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커피를 형님들께 서비스하는 역할은 내 차지였다. 형님들은 “ 막내 정말 커피 잘 탄다 “라고 칭찬하시며 맛있게 드셨다. 커피 타는 일뿐만 아니라 별일 아닌 내 몫의 일을 마쳤을 때도 형님들은 같은 말씀을 하셨다. “막내, 보기보다 일 야무지게 잘하네!”

“보기보다”라는 전제가 살짝 마음에 걸리긴 했어도 내 귀엔 이미 기분 좋은 칭찬의 말만 걸쳐져 있었다. “막내, 일 야무지게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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