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목회자의 사모로 사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냐”라고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교회 안의 사택에 살며 누가 언제, 갑자기 찾아올지 몰라 늘 긴장하며 살았던 일”이라고.
목회자로 첫 발령을 받고 간 곳은 평택의 작은 시골마을 교회였다. 이사를 마친 다음날 이른 아침에 교회마당 수돗가에서 두런두런 들리는 이야기 소리에 잠이 깼다. 깜짝 놀라 일어나 나가보니 할머니 교우 두 분께서 수돗가에 앉아 갓 따온 상추를 씻고 계셨다. 두 분은 나를 보시더니 “아이고! 사모님, 우리가 떠드는 통에 시끄러워서 일찍 일어나셨나 봐요!” 하시며 미안해하셨다. 두 분은 예배드리는 날이 아닌 때도 틈틈이 교회에 들르셨다. 어느 날엔 새로 김치를 담갔다고 하시며 무거운 김치통을 손수 들고 오셨고, 언젠가는 파마를 하셨는데 미용실에서 마냥 앉아있기가 답답하다며 들르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분들도 내가 누구라는 걸 자연스레 아시게 되었다. 교회를 나오시진 않았지만 대부분 우리 교우들의 가족이고, 친구였으며, 이웃이었으니까!
그래서 미용실을 갈 때나 농협마트를 갈 때도 옷차림과 행동거지에 신경이 쓰였다. 집(사택)에 있을 때도 누가 갑자기 문을 두드리고 찾아올지 몰라 늘 stand by 상태로 지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월요일엔 교회에 오시는 교우님들이 거의 안 계시다. 그런데도 나는 두 어머님의 새벽 방문에 놀라고 당황했던 기억으로 지금도 날마다 stand by 상태로 있다.
내년 여름 때쯤 남편은 정년 은퇴한다. 나는 늘 긴장 속에 대기하며 지냈던 사모생활과 작별한다.
Goodbye! Stan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