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느 1기 신도시 교회에서 목회할 때였다.
새벽기도가 있었는데 나는 갈 수가 없었다.
예배 시작시간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던 새벽기도는 오전 5시에 드리던 기도였다. 아버지와 엄마가 시골교회에서 목회하실 때 나와 남동생들은 따로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다. 할머니가 우리 삼 남매 아침밥을 해주시려고 부엌으로 나갈 때쯤이면 어김없이 근처 작은 교회에서 새벽기도 시작을 알리는 차임벨 종소리, “엘리제를 위하여”가 들려왔는데, 그 시간이 오전 5시였다.
신도시교회에서는 오전 7시에 새벽기도(?)를 드렸는데, 나는 갈 수가 없었다
너무 늦었던 새벽기도 시간이 딸들의 등교시간과 겹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목요일엔, 새벽기도가 없었고 오전 11시에 예배를 드렸다. 예배 후에 함께 점심을 먹은 뒤에 부목회자 사모님께 도자기 빚는 법을 배웠다.
그날도 나는 별로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하는 도자기를 빚고 있었다.(주무르고 있었다!)
퍼뜩 내 이야기를 하는듯한 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들고 둘러보니, 두 교우분이 건너편에서 도자기를 빚으며 진짜 내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전에 사모님은 아침예배에 꼭 나오셨는데, 왜 지금 사모님은 안 나오시지? 아침잠이 많으신가?”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뛸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보통은 다른 사람 얘기를 할 때, 뒤에서 하는데, 두 분은 내가 앞에 있었는데도 마치 그 자리에 없던 누군가를 얘기하는 듯 무심한 말투로 하셨다. 무슨 말을 해야 할 것 같긴 했는데 가슴이 쿵쿵 떨렸고, 말하다가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생각에 그냥 못 들 은 체할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두고두고 그 말이 가 슴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아 말씀을 드렸다.
"0 0어머니, 저요, 잠이 많아 새벽기도 못 나오는 게 아니에요. 딸들이 아침밥을 꼭 먹고 학교에 가기 때문에 챙겨줘야 해서 그래요. 새벽기도를 좀 더 빨 리 앞당겨서 5시쯤 드리면 안 될까요? 그러면 저도 나올 수 있어요. 기도드리고 가서도 밥을 챙겨줄 수 있으니까요."
그 후엔 어떤 말들이 오고 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 는다. 남편은 다른 교회로 목회지를 옮기게 되었고 그분의 소식은 통 모르고 지내다가 얼마 전에 누구 를 통해 알게 되었다. 벌써 오래전에 다른 교회로 떠나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