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책을 전자피아노 책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반주를 하다가 문득 ‘내가 엄마 말 듣고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했더라면……하는 생각과 내가 참 열심히 무언가에 집중했던 때가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오래된 성가책에 연필로 때로는 볼펜으로 조바꿈을 한 계명을 악보 밑에 일일이 써 놓은 걸 보고서!
도시에 있는 교회와 다르게 시골교회에서 목회할 때는 원 곡조대로 반주를 하면 연세 드신 교우님들은 음이 높아 힘들어하셨다. 반음만 낮춰 반주를 해도 훨씬 쉽게 따라 부르셨다. 오래된 곡들이 많이 실린 성가책을 올려놓고 반주를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신기하게도 그 성가를 유난히 좋아하셨던 할머니 교우님의 모습이 떠올랐기에… 교회 근처에 혼자 사시며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에 오셔서 사택 툇마루에 걸터앉아 잠시 쉬셨다 가시곤 했다. 여름엔 얼음 띄운 미숫가루 한잔을, 겨울엔 커피 한잔을 건네드리면 맛나게 한 컵 다 드시고 “사모님이 타 준 미숫가루가 달달해서 제일 맛있다 “하셨다. 그다음에 오실 땐 꼭 답례품(?)을 가져오셨는데 여름 어느 날엔 교회 옆에 있던 농협마트에서 커다란 수박을 한통 사서 가져오셨고 어느 날엔 텃밭에서 키운 상추와 풋고추, 쑥갓과 대파를 가져다주셨다. 내가 정식 반주자님의 사정으로 대신 어설픈 솜씨로 예배 반주를 할 때 교회 정식 반주자이셨던 중학교 음악교사이셨던 교우님보다 “사모님 소리가 더 좋아.”하셨던 분이시다. 내가 원음대로 반주를 안(때론 못)하고 한 두 곡조 낮춰했기에 들었던 칭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