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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y 이희숙

며칠 동안만 보지 않아도 손녀딸들은 부쩍 커 있다.

요즈음 큰손녀딸이 영어에 관심을 보이자 영어 유치원에 경험삼아 한 달만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등록을 하였다. 하지만 비용이 너무 비싼 탓에 경제적 부담이 컸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손녀딸의 영어에 대한 흥미와 익히는 속도가 빠르고 너무 재미있어하여 그만둘 수가 없다며 그저 열심히 가르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커피숍이 조금 일찍 문을 닫는 날 손녀딸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딸의 집엘 갔다.

손녀딸은 매일 주제가 다른 내용으로 발표할 자료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살며시 들려오는 교통신호등에 대한 내용이 생소하기도 하며 흥미롭다.

This is my Traffic light.

The Green light means go.

The Yellow llight means slow down.

The Red light means stop.

한동안 영어발표를 준비하는 것을 보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것 들을 습득해 가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큰손녀는 영어 발표를 준비하고, 둘째 손녀는 할머니의 등에 매달려 재롱을 부린다.

둘째 손녀는 처음 만나는 순간 안아 달라고 하며 볼에 기습 뽀뽀를 댄다.

큰손녀는 만나서 헤어질 즈음이면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딴전을 피운다. 헤어짐이 서운하여 어려서부터 그렇게 해 왔던 것이다. 지금도 우리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때론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둘째 손녀는 점점 자라 주의력이나 집중력이 생겨 책을 읽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큰손녀와 달리 작은 손녀는 한참을 같이 놀다가도 헤어질 즈음 손을 흔들며' 빠이빠이' 작별 인사를 한다.

어쩜 두 아이의 성향이 저렇게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명절을 앞두고 추위가 심해지며 온종일 내린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고 있다. 남편은 쌓인 눈을 치우느라 애를 쓰고 있다. 많은 눈이 오는 것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었다.

기온이 뚝 떨어져 사람들의 이동이 불편해져 이번 명절연휴의 커피숍의 상황은 어떠할지 궁금해진다.

명절날 아침 기상예보는 매우 추울 것으로 발표를 했었다. 예보와는 달리 포근한 날씨에 햇살이 비치어 꽤 청명한 날을 맞이한다.

명절 전 며칠 동안 폭설이 내렸던 날씨는 1년 전 일본의 삿포로에 여행 갔었을 당시를 연상케 한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눈 온 풍경을 담아 두고 싶어 눈사람을 큼지막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번 명절엔 조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동안 어떻게 생활을 하였고 앞으로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꾸려 갈지 준비를 해 나가는 과정이 대견스럽기만 했다. 상사와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대처하는 방법 등을 허심탄회하게 말한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MBTI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성향과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나의 성향을 말할 때 조금 의아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며 자신의 성향이 이랬구나 허며 새삼스럽게 또 다른 나를 알아가게 된다.

명절이 지나 일상으로 되돌아와 아침청소를 마치려 할 때 옆집에서 건네주는 고구마튀김을 맛보며 사람들과 함께 보낸 명절이 흠뻑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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