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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Jun 10. 2024

마늘 빻기

"아들~"

"왜요?"

"마늘 빻아라."

"싫어."

나는 습관적으로 싫어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는 엄마에게 절구통과 마늘을 받아서 자리에 앉았다.

나는 이제 마늘 빻기 고수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마늘을 잘 빻는지 이미 빠삭히 알고 있다.

우선 마늘을 4~5개 플라스틱 절구통에 넣는다.

그냥 빻으면 마늘이 하늘로 튀기 때문에 나무방망이로 으깨준다.

그리고 이제 신나는 두들기는 타임을 가진다.  

"쿵쿵쿵"

너무 신나게 치다 보면은 어쩔 수 없이 마늘이 튀기도 한다.

다시 넣으면 그만이다.

어느 정도 되었으면 엄마에게 검사를 받고 새로 마늘을 넣어서 빻기 시작한다.

마늘 빻기 시작은 나름 재미있지만 끝은 늘 좋지 않다.

"쿵쿵쿵."

"엄마, 눈 매워."

"그럼 그만하고 가서 눈 씻어."

그렇다 늘 눈이 매워서 눈물로 마무리가 되는 것이다.





어머니가 늘 나에게 많이 시키던 일은 마늘 빻기였다.

다른 집안일들은 잘 안 시키면서 유독 마늘 빻기는 시키셨는데, 과연 왜 그러셨는지 신기하다.

형과 내가 집을 나온 뒤에는 아버지께서 마늘을 빻고 계신 것 같다.

그 빻은 마늘을 어머니댁에 갈 때마다 날름날름 받아온다.

그래서 나는 요즘 마늘 빻을 일이 없다.

글을 쓰다 보니, 우리 아이들 마늘 빻기를 시켜보면 어떨까 싶다.

나처럼 재미있게 두드리다가 오 마늘이 동네방네 튈까?

아니면 잘 빻다가 눈물콧물 흘리며 나에게 안겨들까?

기회가 되면 시켜봐야겠다.


어머니가 주신 다진마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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